“공직에 우수한 젊은 인재가 많지만 대다수가 ‘상명하복’의 경직된 분위기에서 꿈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걸 보고 안타까웠습니다.”

경제부처의 개방형 직위에서 지난해부터 일하고 있는 A국장에게 지난 1년간 공직에서 일한 소감을 묻자 이 같은 답이 돌아왔다. 민간에서 해당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로 명망이 높던 그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공직을 택했다.

개방형 직위는 공직에 우수한 민간 인재를 영입해 정부 조직의 전문성과 다양성·개방성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2000년 처음 도입됐다. 지난해에만 54명의 민간인이 과장급 이상 개방형 직위에 신규 임용됐다.

A국장은 정부에서 일하며 관료사회 특유의 ‘경직성’을 실감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정부 조직 특성상 민간처럼 쉽게 움직이기 어렵고, 이윤보다 공공선을 추구해 보수적이라는 점은 충분히 이해한다”며 “그렇지만 너무나 오랫동안 큰 변화 없이 조직구조와 의사결정이 과거 상명하복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산업은 시대 변화에 따라 트렌드가 계속 이동하고 때로는 서로 융합도 이뤄지는데 정책을 맡은 정부는 큰 변화가 없어 답답함을 느낀다”고 했다.

민간 전문가 출신으로 정부 정책에 기여하기 위해 지난해 공직에 들어온 B과장은 인사 운영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B과장은 “민간 출신 계약직 공무원은 계약기간이 끝나면 민간으로 복귀해야 하지만 ‘관피아’를 방지하겠다는 취지의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퇴직 후 3년간 해당 분야 취업이 불가능하다”며 “민간과 공직을 오가며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인재를 키우자는 것이 개방형 직위제의 목적인 점을 고려하면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과 교류하는 전문성 있는 인재를 영입해야 하는 분야에는 공직자윤리법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A국장은 “요즘은 고시 출신뿐 아니라 7·9급 공채 출신 공무원 중에서도 아주 뛰어난 인재가 많다”며 “그런데도 이들을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키워 나가는 시스템이 없어 잠재력을 제대로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