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치호 협곡 안에 있는 마나이노타키폭포
다카치호 협곡 안에 있는 마나이노타키폭포
인천~미야자키는 아시아나항공 직항편이 주 3회 운항하며 1시간30분 걸린다. 현수교 근처의 슈센노모리는 일종의 ‘술 테마파크’다. 소주 청주는 물론 맥주 와인까지 있다. 물이 맑아 양조업이 발달한 미야자키를 대표하는 곳이다. 시음도 하고 술도 살 수 있다. 유리공방 식당에 온천탕과 전통 여관까지 있다. 이 온천탕에는 ‘사케 부로’라는 청주를 섞은 온천탕도 있다. 미야자키규는 와규(和牛:일본 토종 소) 올림픽에서 10년 연속 1위를 차지하며 일본 최고의 육질로 평가되는 미야자키현의 브랜드 소고기다. 부드러움이나 색, 맛 등이 뛰어나다

규슈는 자연 풍광이 멋지기로 소문난 곳이지만 그중에서도 백미로 꼽히는 곳이 미야자키다. 구마모토와 오이타가 가족 단위 관광객에게 어울리는 여행코스가 많다면, 미야자키는 연인이 함께하기에 좋은 힐링 공간이 가득하다. 거리마다 야자수가 울창하고 늘 온화한 바람이 분다. 최근 후쿠오카를 강타한 지진으로 구마모토의 일부 관광지가 피해를 보기도 했지만 일본 내에서도 빼어난 여행지로 소문난 곳이다. 실속있게 떠나서 느긋하게 쉴 수 있는 구마모토와 미야자키로 주말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후쿠오카 지진으로 무너진 구마모토

지진으로 일부가 파손된 구마모토 성
지진으로 일부가 파손된 구마모토 성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구마모토 거리는 선명한 녹음으로 멋지게 물들어 있었다. …여기저기 흐드러지게 핀 색색깔의 수국과 도시를 가로지르며 흐르는 많은 강. 아소산맥에 원류를 둔 그 강들은 아리아케해를 향해 세차게 흘러가는 탁류로 상당히 불어나 있었는데 그 단호하고 청렴하기까지 한 물살에서 독특한 무언가가 느껴졌다”며 구마모토 여행의 느낌을 표현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이 아니더라도 구마모토는 볼거리가 많은 도시다. 구마모토 명승지 중 첫손에 꼽히는 것은 구마모토성이다. 임진왜란을 일으킨 가토 기요마사가 축성한 구마모토성은 은행나무가 심어져 있어 은행나무성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오사카성, 나고야성과 함께 일본 3대 성으로 불리는 구마모토성 안은 100개가 넘는 우물과 수십개의 성문, 성루가 있는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자연지형을 이용해 독특하게 축조된 구마모토성은 후쿠오카 지진으로 성의 기와가 상당부분 떨어져 나갔다. 구마모토성과 함께 구마모토지역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스이젠지(水前寺)공원은 일본식 정원의 진수를 보여준다. 넓게 깔린 잔디 위로 정원석과 소나무가 절묘하게 배치돼 있다.

신비한 풍경의 다카치호 협곡

구마모토 시내에 있는 스이젠지 공원
구마모토 시내에 있는 스이젠지 공원
구마모토에서 차로 1시간30분 정도 가면 미야자키에 닿는다. 자연환경이 빼어난 미야자키에서도 첫손에 꼽히는 곳이 다카치호 협곡이다. 태곳적 아소산의 화산활동으로 생겨났다. 협곡에서 제일 높은 곳은 100m며 평균 80m의 절벽이 동서로 약 7㎞에 걸쳐 이어져 있다. 협곡 주변은 잘 정비돼 있다. 협곡을 따라 산책길이 조성돼 있어 강물소리를 들으며 주변을 둘러볼 수 있다. 규슈 올레 코스 중에서도 인기가 높은 곳이기도 하다.

협곡 안에는 ‘일본의 폭포 100선’에 선정된 유명한 마나이노타키폭포가 있다. 폭포는 그리 높지는 않지만 일본 같지 않은 독톡한 경관 때문에 찾는 이들이 많다.

폭포를 자세히 보고 싶다면 보트를 타고 수면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것이 가장 좋다. 주상절리의 단애·절벽 마나이노타키폭포를 모두 볼 수 있다. 협곡 바위 틈 아래 물에는 햇빛조차 잘 닿지 않는다. 틈이 좁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협곡을 형성한 바위 위로 숲이 울창하기 때문이다. 협곡의 바위는 모두 화산암. 굳은 용암지대가 고카세강에 의해 침식돼 형성된 계곡이다. 가을 단풍철이 되면 협곡 주변이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환상적인 모습을 연출한다.

다카치호 협곡의 풍경은 신화를 낳았다. 창조주 이자나기의 눈에서 꺼낸 태양의 신 아마테라스와 코에서 꺼낸 폭풍의 신 스사노오는 서로를 좋아하지 않았다. 어느 날 아마테라스는 동굴에 숨는다. 그러자 세상은 암흑천지로 변했고 800만 신은 아마테라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춤을 추며 축제를 펼쳤다. 그 춤이 가구라다. 아마테라스가 숨었다던 아마노이와토 동굴은 신사 뒤편에 있다.

데루하 현수교와 ‘크로스 바다’

미야자키 중부에 있는 데루하 현수교는 높이 142m, 길이 250m의 걸어서 건너는 출렁다리로는 도보용 현수교 중 지면부터의 높이가 세계 최고라고 한다. 다리에 서서 아래를 내다보면 계곡물이 흐르고 산의 허리가 보인다. 다리 중간쯤 도달했을 무렵에 다리가 서서히 흔들린다. 다리를 다 건너면 매표소에서 ‘무사귀환했다’는 의미로 확인 도장을 찍어준다. 다리로서의 기능보다는 계곡 풍광을 감상하는 전망대 역할을 하는 이 다리는 이미연이 나온 영화 ‘흑수선’의 추격 장면을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동남쪽으로 이동하면 ‘크로스 바다’가 보인다. 오랜 침식에 의해 자연이 만들어낸 십자가 모양의 작품에 저절로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하게 된다. 크로스 바다에서 차로 5분 거리에 말의 등을 닮은 우마가세가 있다. 우마가세 아래로 태평양 바다가 짙푸르다.

미야자키=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