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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땅속 정보 깜깜…지진 기초 정보 부족이 불안감 높인다

입력 2016-09-14 09:00:00 | 수정 2016-09-14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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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경북 경주 인근에서 규모 5.1과 5.8의 지진이 발생한 뒤 대형 지진 발생 가능성을 둘러싸고 학계 입장이 갈리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규모 6을 넘어서는 초대형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다고 내다봤지만 일부 학자들은 훨씬 큰 규모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향후 발생할 지진 규모도 6.5부터 7 이상이라고 보는 견해까지 다양하다. 지진 전문가들은 이런 한반도 지진에 대한 불확실한 분석 원인으로 “한반도 지질 연구의 기초 연구 부재”를 꼽는다. 재난 방재에 연구에 집중하는 반면 정작 재난이 일어날 땅 속 상황에 사실상 까막눈이나 다름 없다는 지적이다.

○활동성 단층 위치 몰라

이희권 강원대 교수는 “10만년을 기준으로 보면 한반도에는 규모 7 이상 지진이 올 가능성은 매우 크다”며 “이런 지진이 어디서 발생할지 알지 못하는 게 한국의 현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러 단층 가운데 지진활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큰 지역을 활동성 단층이라고 한다. 미국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 따르면 활동성 단층은 길이가 1.6㎞ 이상으로 50만년에 2회 이상 지진이 일어난 곳이다. 국내에선 1996년부터 이번 지진이 일어난 양산단층을 중심으로 상당수 연구가 진행됐다.

문제는 한반도가 속해 있는 유라시아판이 태평양판과 인도판이 동쪽과 서쪽에서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양산단층과 평형을 이루는 다른 단층대에서도 얼마든지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충북 옥천 동쪽과 충남 공주, 수도권인 경기 남양주에도 북동과 남서 방향으로 비슷한 단층대가 형성돼 있다. 최근 들어 인도판이 유라시아판을 밀어붙이면서 크고 작은 지진이 발생하면서 새 변수로 떠올랐다. 이들 지역에 충분한 힘(응력)이 축적됐다가 급격히 에너지가 발산되면 대형 지진이 일어날 여지가 있다. 이 교수는 “10만~20만년간 한반도에서 일어난 고(古)지진을 분석하면 충분한 힘이 축적된 이들 지역에서 언젠가 규모 7.0 이상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단층에 대해 우리는 거의 까막눈이나 다름없다는 점이다. 양산단층은 부근에 고리원전과 월성원전이 밀집해 있어 연구가 많이 돼 왔지만 다른 단층들은 연구가 별로 이뤄지지 못했다. 이번 지진도 평소 지진이 자주 발생하던 양산단층 동쪽이 아닌 이례적으로 서쪽에서 발생했다. 정부가 원전 건설에만 관심을 갖다 보니 원전 부지 주위의 양산단층 중심 연구에만 투자를 집중하다 한반도의 다른 지역을 소홀하게 다룬 결과다.

지진이 잦은 일본은 이미 2000년대 초반 막대한 예산을 투자해 전국 단위의 활동성 단층 지도를 완성해 공표했다. 대부분 지진 연구자들은 “활성단층 지도를 보유한 일본도 기존에 나와있지 않은 지역에서 지진이 일어나 피해를 보는 상황에서 한국은 사실상 속수무책”이라고 지적한다. 국내서도 소방방재청이 활동성 단층 파악에 뒤늦게 나서 분포도를 제작했지만 학자들 사이 이견이 커서 보완 작업을 해야 한다. 과학자들은 이미 표시된 활동성 단층이더라도 최근 단층인지, 오래된 단층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동해와 서해 바닷속에 대해서는 단층 위치 조차 알 길이 없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지난 2013년 6~8월 두 달 새 충남 보령시 서남쪽인 전북 군산시 어청도 인근 해역에서는 규모 0~3.9의 지진이 모두 100차례나 발생했다. 지난 7월에는 울산 동구 동쪽 52㎞ 해역에서 규모 5.0 지진이 일어났다. 바다에서 일어나는 해저 지진은 해일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들 한반도 주변의 해저 단층 구조는 여전히 대부분 베일에 가려져 있다.

○한자 몰라 역사지진 연구에 어려움

한반도는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조산대에서 떨어진 유라시아 판 내에 있어 지진이 일어나는 빈도가 상대적으로 적다. 지헌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센터장은 “한반도는 지진 과학자들에게 최악의 지역”이라고 말했다. 지질 구조를 연구하려면 지질 상태를 파형으로 보여주는 지진만큼 효과 수단은 없지만 판 내부에 위치한 한반도는 지진이 잘 일어나지 않다 보니 연구를 위한 기초 정보수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에둘러 이야기한 것이다.

국내 연구에서 활용되는 지진 정보는 대부분 100년 이내 관측된 값들이다. 비교적 정확한 값을 알아내는 계기관측이 시작된 것도 1978년 이후다. 지난 100년간 대형 피해를 주는 규모 6.5 지진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기준을 지난 2000년간으로 확대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역사학자와 지진학자들이 당시 기록을 토대로 지진 규모를 추산한 결과 779년 3월 신라 경주에서 진도 8~9의 강진이 일어나 100명 넘게 숨졌다. 1681년 조선 숙종 7년에도 강원 양양 앞바다에서 진도 7~8로 추정되는 지진과 함께 해일까지 발생했다. 최근 지진학자들은 이런 역사서에 나타난 지진에 주목하고 있다. 대부분 역사지진 연구는 삼국사기나 조선왕조실록 같은 역사서에 기록된 지진기록을 토대로 이뤄진다. 그러나 역사서를 원활하게 분석할 지진학자가 턱없이 부족한 게 문제다. 이희일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내진 설계 기준을 정할 때 가장 큰 지진이 어떤 주기로 일어날지 알아내려면 역사서에 나타난 지진을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지만 국내에는 한자를 아는 과학자, 공학자가 턱없이 부족해 연구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어렵게 연구한 역사 지진에 대한 해석을 놓고도 의견이 엇갈린다. 대부분 역사서에 나타나는 땅이 갈라지는 현상과 집이 무너지고 숨진 사람 수를 바탕으로 지진의 진도를 가늠하고 이를 바탕으로 규모를 산출하는데 연구자마다 피해 정도를 해석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전문가 줄 은퇴, 미국식 가져다 재해 예측

대다수 전문가는 일반인에게 혼선을 줄 수는 있지만 학자마다 지진을 분석하는 기준이 달라 지진 원인에 대한 해석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선진국인 미국과 일본 역시 지진의 원인과 발생 가능성에 대한 해석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해외 선진국들은 과학자들이 정확한 지진재해 분석을 위해 한자리에 모여 자신들이 연구한 값을 내놓고 합리적인 답을 찾는다.

지진재해를 예측하려면 지진 규모 4가 100번 일어 날 때 규모 5와 규모 6은 몇번 일어나는지를 가늠하는 b값과 지진파가 지각을 통해 퍼져 나가면서 에너지가 얼마나 전달되는지를 예측하는 감쇄식, 지진이 일어난 지역을 뜻하는 지진구획 등이 필요하다. 국내에서도 한국수력원자력이나 한국원자력연구원 등에서 이런 워크숍을 열고 있지 않지만, 국내에는 이런 값을 내놓을 수 있는 학자들이 채 10명도 되지 않는다. 원로 교수들이 잇달아 은퇴하고 있는데다 이들의 뒤를 이을 30~40대 학자들이 턱없이 부족하고 경험이 아직 쌓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여전히 지진재해도 분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감쇄식을 한국과 환경이 유사한 미국내 지역의 감쇄식을 아직도 가져다 쓰고 있다. 김민규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미국식이 아무리 한국 상황과 유사한 환경을 반영하더라도 정확한 한국 상황을 반영하기 어렵다”며 “다양한 과학자들의 분석을 반영할 수 있는 한국형 지진 재해 모델을 만들려면 전문적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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