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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에 꽂힌 안규백 더민주 사무총장

입력 2016-09-16 16:11:00 | 수정 2016-09-16 16: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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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선 중진 안규백 의원이 최근 더불어민주당 신임 사무총장으로 임명됐습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88년 세운 평화민주당 공채 1기 당직자 출신 막내로 정치생활을 시작한 그가 26년만에 당의 실무를 총괄하는 최고 수장 자리까지 오르게 된 겁니다.

얼마전 그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특이한 점을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풀어놓는 여느 정치인들과 달리 안 총장이 답하는 첫 마디는 항상 중국 지도자나 혹은 고서(古書) 속 ‘명언’이었습니다. 그가 당내 알려진 중국통(通)이나 친중(親中)파도 아닌데 말입니다.

그는 사무총장 취임 소감을 묻는 질문에 가장 먼저 “고양이는 쥐를 잡아야 고양이고, 정당은 정권을 잡아야 정당”이라는 말을 꺼냈습니다.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흰 고양이건 검은 고양이건 생선만 잘 잡아오면 된다)’을 인용한 겁니다. 친노(친노무현)건 비노(비노무현)건 정권교체만 잘 해내면 된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부분입니다. 당내에선 범친노계로 분류되지만 그는 항상 “나는 친노가 아니다. 비주류다”라고 강조하곤 합니다.

최근 사무총장의 위상이 과거에 비해 낮아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자신의 좌우명인 ‘처변불경 처변불경(處變不驚 處變不輕)’으로 첫 대답을 대신했습니다. ‘어떤 변화가 와도 놀라지 않고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가볍게 행동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마오쩌둥 전 중국 국가주석이 신조로 삼았던 말입니다. 사무총장이란 위상은 주어지는게 아니라 앞으로 스스로 만들어가겠다는 뜻을 애둘러 표현한 겁니다.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는 이른바 ‘제3지대’론에 대해서도 ‘조상묘 이장은 현재보다 지세가 10배는 좋아야 한다’는 말을 꺼내며 절대불가 입장을 밝했습니다. 안 총장은 이어 “제3지대에 모이는 인물과 명분과 시기가 지금 정치구도의 2배만 좋아도 따라가겠지만 지금 정국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며 “제3세력이 국민에게 단한번도 선택받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8년동 국방위원회에서 활동했던 국방 전문가로도 유명한 그에게 최근 사드 문제 해결을 위한 의견을 묻자 또다시 가장 먼저 ‘유소작위(有所作爲)’라는 말을 꺼내 들었습니다. 이 말은 중국 고전인 ‘맹자’에 나오는 고사로 ‘해야할 일은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뤄낸다’는 뜻입니다. 최근 국제사회에서 강력해진 국력과 영향력을 갖게 된 중국이 그에 걸맞는 역할을 해야한다는 의미의 중국 대외 정책 기조로도 자주 쓰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사드로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중국의 이같은 외교정책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고도의 전략을 차분히 논의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안 총장의 고사 인용 습관은 인터뷰 뿐만 아니라 국정감사와 대정부질문 등에서도 종종 발휘돼 왔다고 하니 앞으로 눈여겨볼만 합니다. 안 총장이 고사를 많이 이용하는 이유는 세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안 총장은 어릴때부터 부친에게 한학을 배운 뒤 50년 넘게 한학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있습니다. 상대당 소속인 주호영 새누리당 의원조차 한학에 조예가 깊은 안 총장을 크게 예찬한 적이 있습니다. 그 역시 사석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책으로 당당하게 ‘맹자’를 꼽습니다.

두번째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DJ)을 정치적 스승으로 삼으면서부터 입니다. 김 전 대통령은 직설화법보다는 인용과 비유를 바탕으로 한 간접 화법의 달인으로도 익히 유명합니다. 이런 김 전 대통령과 첫 인연을 맺을 때 “정치인은 말을 조심해야한다. 항상 직절적인 말보단 은유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라”는 그의 뜻을 30년 가까이 잘 지키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자신의 뜻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고사를 이용해 애둘러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정치적 버릇이 생긴겁니다.

당내 정치적 상황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동안 더민주의 사무총장 자리는 ‘조용히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안방마님’보다는 ‘계파간 분란을 일으키고 다니는 불쏘시개’와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옛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 지난해 들어섰던 ‘문재인 대표 체제’가 당내 비주류의 계파 안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측근인 최재성 사무총장 임명을 강행했습니다. 결국 비주류 측이 이에 거세게 반발하면서 탈당 도미노가 시작됐고 결국 분당 사태를 초래했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당시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사무총장 제도’를 폐지하고 사무총장의 권한을 총무본부장 등 5개 당직으로 나누는 내용의 혁신안을 마련했지만 1년여 만에 사무총장제가 부활했습니다. 어렵게 다시 만들어진 사무총장제인만큼 신중히 말하고 행동하겠다는 뜻을 인터뷰에 드러내고 있는 겁니다.

이날도 안 총장은 ‘군군신신부부자자(왕은 왕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아버지는 아버지답게 아들은 아들답게 해야한다)’는 말로 사무총장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대신 설명했습니다. “필요할 땐 사무총장으로서 힘있게 내 의견도 말해야겠지요. 하지만 무엇보다 지금 중요한 제 역할은 정권교체를 위한 마중물입니다”

항상 고성과 막말이 오고가는 국회에 인상을 찌푸리는 국민들에게 부드럽고 세련된 언어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안 총장을 보며 여느 정치인보다 강력한 언어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은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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