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의 해외 진출과 관련, 인수합병(M&A) 보다는 디지털화가 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김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전략연구실 선임연구원은 13일 금융이슈 브리프를 통해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은 디지털뱅크를 인도 등에서의 사업을 확대하는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현지 은행 인수는 큰 비용이 들어가는 데다 각국의 금융규제로 인해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각종 장벽에 부딪힐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싱가포르 1위 은행인 DBS는 인도를 첫 디지털뱅크 추진 지역으로 선정하고 지난 4월 인도에서 모바일전문은행인 디지뱅크를 출시했다. 디지뱅크는 생체인증, 인공지능 등의 기술을 활용해 모바일 지갑 서비스와 계좌 개설 및 가상비서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종이나 서명, 영업점이 필요없는 편리한 은행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게 김 연구원의 설명이다.

DBS는 인도에 이어 인도네시아, 홍콩 등 다른 아시아 지역에서도 디지뱅크를 출시할 예정이다. 김 연구원은 “DBS는 알리바바 등 핀테크(금융+기술) 기업의 성장을 은행업의 위기로 인식하고 디지털뱅크로 전환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DBS는 이를 위해 2010년부터 6년간 빅데이터, 생체 기술, 인공지능 등의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위해 50억싱가포르달러(약 4조2000억원)를 투자했다.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 인수가 무산된 것이 결정적인 계기다.

DBS는 2013년 인도네시아 6위 은행인 다나몬은행 인수를 추진했다. 인도네시아 사업 확대를 위해서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정부의 규제 강화로 인해 결국 인수에 실패했다. 김 연구원은 “DBS는 다나몬은행 인수 무산을 계기로 디지털뱅크를 해외 사업 확대의 핵심 전략으로 설정했다”며 “인도에서 첫 디지뱅크를 선 보인 것도 중국에 집중된 해외 사업 포트폴리오를 분산하기 위해 인도에서 영업점 수를 늘리려고 했지만 인도 정부의 규제로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DBS는 인도 디지뱅크를 통해 앞으로 5년간 500만명의 고객과 5000억루피(약 8조4000억원) 규모의 예금을 확보할 방침이다. 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모바일전문은행을 출시하고 있는 국내 은행들이 DBS의 해외 사업 모델과 성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