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 연휴를 맞은 각 가정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폭염이 절정이던 지난달 전기 사용분에 대한 요금 고지서가 속속 배달되고 있어서다. 고지서를 받아본 10가구 중 7가구꼴로 7월보다 많이 나온 요금에 깜짝 놀라고 있다. 전달보다 요금이 50% 이상 늘어난 가구도 871만호로 전체 가구(2267만호)의 3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료 폭탄’ 우려가 현실화돼 추석 민심이 흉흉해지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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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에 날아든 '8월 전기료 폭탄'
◆전체 가구 27%, 누진제 5~6단계

1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8월 전기료가 7월보다 증가한 가구는 총 1628만호로 전체의 72%에 달했다. 이 가운데 50~99% 늘어난 가구는 579만4000호, 100~199% 많아진 가구는 213만8000호였다. 200~499% 불어난 가구는 71만1000호, 500% 이상 증가한 가구도 6만7000호였다.

누진제 1~6단계 중 전기 사용량이 가장 많은 5~6단계에 속한 가구는 7월에 114만호로 전체 가구의 5%에 불과했다. 하지만 8월에는 5~6단계에 속한 가구가 603만4000호로 전달 대비 5배 이상 증가해 전체 가구의 26.6%를 차지했다. 이들이 낸 총 전기료도 7월 1072억원에서 8월 5778억원으로 5배 넘게 늘었다. 누진제 1~4단계에 속한 가구는 7월 2148만호로 전체 가구의 95%였지만 8월에는 1663만호로 73.4%로 줄었다. 1~4단계에 속했던 가구 중 상당수가 5~6단계에 들었기 때문이다.

◆14만가구 요금 20만원 이상 증가

7월보다 전기료가 10만원 이상 더 나온 가구 수는 60만2000호에 달했다. 10만~20만원 증가한 가구는 45만8000호, 20만~30만원 늘어난 가구는 10만4000호, 30만원 이상 불어난 가구는 4만호로 집계됐다.

한국전력은 “누진제 완화에 따른 요금 할인으로 8월 가구당 평균 할인액은 작년보다 6280원 더 많은 9110원”이라며 “이에 따라 전체 가구의 11.2%인 253만호는 전달에 비해 오히려 전기요금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달 초 전기료 논란이 일자 현재 6단계인 누진제 체계에서 각 구간의 사용한도를 50㎾h 추가 확대했다. 이전보다 한 단계 낮은 요금이 적용돼 전기요금 부담을 평균 20%가량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7~9월 3개월간 총 4200억원의 전기요금 절감 효과를 낼 것이라고 추산했다.

◆누진제 논란 다시 점화하나

‘8월 전기료 폭탄’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면서 한동안 잠잠하던 누진제 논란이 다시 수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전국 대부분 지역의 전기료 고지서가 추석 연휴를 전후로 발송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치권에서 추석 이후 관련 이슈를 다시 전면에 부각시킬 가능성이 높다. 더민주 전기료 태스크포스(TF)는 지난달 26일 독자적인 누진제 개편안을 내놓겠다고 한 뒤 발표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꾸린 당정 TF는 11월 말까지 누진제 개편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전기료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 등은 오는 26일 시작되는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누진제가 다시 정치권의 관심사로 떠오를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산업위 소속 의원들은 주형환 산업부 장관이 지난 6일 누진제 개편을 논의하기 위한 산업위 전체회의에 불참한 것에 대해 국감에서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이태훈/은정진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