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중국 디스플레이제조업체 차이나스타(CSOT)의 11세대 LCD(액정표시장치) 생산법인의 지분 9.8%를 확보하기로 했다. 대형 LCD는 중국에서 조달하며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에 대한 자체 투자를 늘리려는 포석이란 풀이가 나온다.

CSOT 모회사인 TCL그룹은 최근 삼성디스플레이가 CSOT의 11세대 LCD 법인인 선전시화성광전반도체에 21억위안(약 35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기존 CSOT 8세대 LCD 생산법인 지분을 정리해 11세대 공장으로 옮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1세대 LCD 공장은 CSOT가 500억위안(약 8조5000억원)을 들여 선전에 짓고 있다. 지난달 착공해 2019년부터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번 지분 투자를 통해 여기서 생산되는 LCD 패널의 11%를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가 LCD 생산 규모를 키우는 중국 업체와 경쟁하는 대신 협업을 선택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10.5세대 공장 착공에 나선 BOE를 필두로 중국 업체들이 LCD 생산 규모를 키우면서 한국 업체들은 규모와 생산단가 면에서 불리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이 공장이 완공되면 중국 업체들은 유리 기판 하나에 46인치 TV 패널을 기준으로 14~15대를 생산하는 사이 한국의 8.5세대 라인에선 8대밖에 제조할 수 없어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분 투자를 통해 CSOT 물량을 확보함으로써 이 같은 불리한 위치에서 벗어나게 됐다.

대형 LCD 패널에서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하면서 OLED와 QLED(양자점발광다이오드) 등 차세대 패널에 폭넓은 투자가 가능할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08년 이후 8개 LCD 공장 중 5곳의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최근 아산 7공장 1단계 라인의 생산을 올 연말까지 중단하고 OLED 라인으로 바꾸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시판되는 TV의 90% 이상이 LCD로 제작되는 가운데 이번 지분 투자를 통해 삼성디스플레이가 LCD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할 발판을 마련했다”며 “신규 라인 투자 없이도 초대형 LCD패널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게 됐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