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질투의 화신'
SBS '질투의 화신'
‘암’을 다루지만 눈물을 보이지는 않는다. 최근 안방극장에서 두 편의 로맨틱코미디(이하 로코)가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공효진·조정석 주연의 SBS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과 김현주·주상욱 주연의 JTBC 금토드라마 ‘판타스틱’이다. 이들 드라마는 로코 특유의 간질간질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유방암에 걸린 주인공을 슬프게 그리기보다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

질투의 화신은 별 볼 일 없는 여자를 둘러싼 잘나가는 남자들의 삼각관계를 다룬다. 구태의연한 소재지만 ‘양다리’ 로맨스, 남자의 유방암 등이 흥미를 끈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중심은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인 ‘질투’에 관한 집중 조명이다. 이화신(조정석 분)은 자신을 3년간 짝사랑한 표나리(공효진 분)가 친구인 고정원(고경표 분)에게 관심을 갖자 질투심을 드러내며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이후 표나리는 이화신과 고정원 사이에서 대놓고 양다리를 걸칠 예정이다. 그간의 로코와 또 다른 지점은 이화신이 유방암 환자라는 것이다. 입만 열면 “어디 여자가”라는 말을 내뱉는 ‘남자 중의 남자’ 이화신은 주로 여자가 걸린다고 알려진 유방암에 걸리고 혼돈에 빠진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지난달 24일 7.3%(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출발한 시청률은 2회 8.3%, 3회 8.7%, 4회 9.1%, 5회 9.9% 등으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JTBC '판타스틱'
JTBC '판타스틱'
‘판타스틱’의 소재도 유방암이다. 첫 회부터 잘나가는 드라마 작가 이소혜(김현주 분)가 시한부 선고를 받으며 눈물바다를 예고했지만 이는 기우였다. 이소혜는 울고 짜는 신파는 거부한 채 즐겁게 오늘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미뤄둔 여행을 계획하고, 클럽에서 일탈을 즐긴다. 이소혜에게 시한부 선고를 내린 의사 홍준기(김태훈 분) 역시 “어차피 인생은 시한부”라며 긍정의 메시지를 전파한다. 드라마는 ‘시한부=눈물’이라는 클리셰(고정관념)를 깨며 ‘오늘만’ 사는 일이 얼마나 판타스틱한 일임을 보여주고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현실 자체가 우울하기 때문에 요즘 시청자들은 비극성 짙은 드라마를 환영하지 않는다”며 “질투의 화신과 판타스틱은 불치병을 심각하게 그리기보다 젊은 세대에 맞게 로코의 방식을 가미해 재미있으면서도 유쾌한 매력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평했다.

현지민 한경텐아시아 기자 hhyun418@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