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IB에 4조 출연…지분율 다섯 번째로 높은데 부총재직 내주고 국장자리 챙긴 한국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4조원 이상의 출연금을 낸 한국은 결국 부총재 몫을 날리고 국장급에 만족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기획재정부는 현오석 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AIIB 국제자문단으로 선임됐다고 12일 발표했다. 현 전 부총리가 맡게 되는 국제자문단은 AIIB 전략과 주요 이슈를 자문하는 역할을 하며 10명 안팎의 국제금융 분야 인사들로 구성됐다. 비상임이며 임기는 2년이다.

AIIB가 새로 만든 회계감사국장에는 유재훈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이, 민간투자 자문관엔 이동익 전 한국투자공사(KIC) 투자운용본부장(CIO)이 각각 선임됐다.

회계감사국장으로 선임된 유 사장은 행정고시 26회로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기재부 국고국장 등을 거쳐 2013년부터 예탁결제원 사장을 맡아 왔으며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번 인사로 AIIB에서 상임으로 일하는 한국인 최고직은 부총재에서 국장급으로 내려갔다. 한국 정부는 당초 AIIB 지분율에 걸맞게 5개 부총재직 중 하나를 얻기 위해 상당히 공을 들였다. 그 결과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을 리스크담당 부총재(CRO)로 선임시키는 데 성공했다. 한국이 국제금융기구 부총재를 맡은 것은 2003년 신명호 아시아개발은행(ADB) 부총재 이후 13년 만이었다.

하지만 홍 부총재는 지난 6월 초 청와대 서별관회의(비공개 거시경제금융회의)와 관련된 언론 인터뷰로 논란을 빚자 휴직계를 내고 잠적했다.

이에 AIIB는 7월9일 홍 부총재 자리인 CRO를 국장급으로 낮추고, 대신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총재직을 만들어 공모했다. 신설된 부총재 자리엔 프랑스 국적의 티에리 드 롱구에마 ADB 부총재가 사실상 선임된 상태다. CRO 부총재직은 홍 부총재 휴가가 끝나면 사라진다.

한국 정부는 AIIB에 37억달러(약 4조1092억원)를 분담금으로 냈다. 지분율(지난 6월 말 기준 3.81%)은 중국(30.34%) 인도(8.52%) 러시아(6.66%) 독일(4.57%)에 이어 다섯 번째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