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 카리모프 우즈베크 대통령을 추모하며
지난 2일 갑작스레 타계한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은 1991년 초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 재임 25년(4선)간 초(超)친한정책을 펴 왔다. 2006년 한국과 전략적 동반자 협약을 체결했고, 은행은 다른 나라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산업은행과 신한은행만 설립을 허가했다. 우즈베크의 모든 자원 개발과 대형 국책공사는 한국 회사들이 독식하다시피 했다. 전자정부 구현을 위해 정보통신기술(ICT)부 차관을 한국인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그는 초대 대통령 취임 초부터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전환기 과정에서 빚어질 수 있는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점진적 개방정책’을 채택해 우즈베크를 외채가 거의 없는 탄탄한 나라로 키웠다. 천연자원 개발보다는 산업화를 추구해 중앙아시아 유일의 자동차 생산 및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한국 GM코리아 차종을 생산하기 위해 매년 약 20억달러의 부품을 한국에서 수입했다. 외환보유액 중 절반 정도를 한국의 은행에 예치해 오고 있다.

한때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경수로 발전소 건설 때 북한에서 근로자 임금을 갑자기 550달러로 올려 달라며 작업을 중단했을 때 그는 150달러 월급의 우즈베크 근로자 수백 명을 파견해 주기도 했다. 국제사회에서는 언제나 공개적으로 한국을 지지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출마 때도 이슬람권 23개국 모임에서 서면으로 지지를 밝혔다. 올해도 대통령으로 네 번째 당선된 뒤 한국을 국빈 방문해 한국이 우즈베크 외교의 최우선 파트너국임을 보여줬다.

그의 영결식은 지난 3일 고향 사마르칸드에서 치러졌다. 한국은 이준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조문특사로 보냈으며 주한 우즈베크 대사관에 설치된 조문소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조문객이 줄을 이었다. “한국인을 존경하고 사랑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한 그의 갑작스런 타계는 우리에게도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지난 25년간 우즈베크를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안정적인 기반에 올려 놓았다. 누가 우즈베크 대통령이 되더라도 한국과는 최혜국 대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도 우즈베크와 우호친선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윤식 < 한·우즈베크 친선협회장 / 신동에너콤 대표이사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