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신문 환구시보가 “북한 핵문제의 본질은 북한과 미국 간 사안으로 책임 소재를 따진다면 마땅히 미국이 첫손에 꼽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놀라운 궤변이다. 이 같은 궤변이 중국에서만 들리지 않는다는 게 더 큰 문제다. 며칠 전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북핵이 점점 더 고삐 풀린 괴물처럼 돼 가는 건 햇볕정책을 버리고 ‘강풍정책’으로 간 결과”라고 주장했다. ‘안보에 여야가 없다’고 말할 때가 불과 며칠 전이다. 북핵 개발을 도왔던 역대 좌파 정권의 대북정책을 가감없이 계승하려는 태세다. 개탄을 금치 못할 따름이다.

역대 정권의 북핵 정책은 북핵을 막은 게 아니라 오히려 방조한 정책에 불과하다. 김영삼 정권 때부터 그랬다. 그는 1993년 취임사에서 “어떤 동맹국도 민족보다 나을 수 없다”며 대북 화해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북한의 핵확산방지조약(NPT) 탈퇴 선언 위협에도 불구하고 어떤 대응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 오히려 비전향 장기수이던 이인모를 북송하기까지 했다. 클린턴 정권의 북폭에 반대한 것에 대해서는 나중에 후회하기도 했다.

김대중 정권은 퍼주기식 햇볕정책으로 실질적으로 북한 핵개발을 지원했다. 그는 북한 핵을 용납할 수 없다고 했지만 명분일 뿐 실제로는 대북 협조정책을 썼다. 국민적 합의조차 없이 퍼주기식 송금을 단행하기도 했다. 그는 “북한이 농축우라늄을 갖고 있어서 핵까지 개발하고 있다면 (미국은) 그 증거를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2003년 2월 소위 대미 자주노선을 밝힌 노무현 정부는 한술 더 떴다. 북핵불용의 원칙을 명시는 했지만 의지 자체가 없었다. 2006년 1차 핵실험이 성공했을 때 그는 “핵은 ‘자위용 억제 수단’이라고 한 북한 주장에 일리가 있다”며 북쪽을 대변했다.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은 “북도 평화적으로 핵을 이용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오판들이 북핵의 초석이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들 문제에 대한 책임 규명도 필요하다. 어제 청와대 3당 회동에서도 추 대표는 북한과의 대화카드를 꺼냈다고 한다. 정치는 궤변이라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