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드선. 난 방금 전 체험 의자에 앉았을 뿐인데 어느새 레일 위에 있었고, 수직낙하를 기다리며 손잡이를 꽉 잡는다.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수차례 반복한다. 광폭질주다. 나도 모르게 비명이 나온다. 아무 소리도 내지않으리라 다짐했건만, 다짐은 다짐에 그친다. 마지막까지 못 버틴 채 갸날픈 목소리로 멈춰달라며 살짝 손을 든다. 헤드셋을 벗고 평온한 현실에 안도한다. 이게 뭐라고 멀미까지 난다.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롤러코스터와 좀비를 경험할 수 있는 놀이터가 생겼다. 한달여전 개장한 'VR플러스'다. VR플러스는 지난 7월 22일 서울 강남역 인근에 오픈했다. 이곳은 게임 등 다양한 VR 콘텐츠를 VR 기기로 체험할 수 있는 국내 최초 VR방이다.

개장시간인 오전 11시에 방문했음에도 이미 사람들로 북적였다. VR플러스는 카페와 VR체험존 두 공간으로 나눠졌다. VR 체험존에는 2개의 HTC 바이브 체험존과 1개의 오큘러스 리프트 체험존 그리고 롤러코스터와 레이싱을 즐기는 체감형 VR 기기가 각 1대씩 있다. 이곳에서 HTC와 오큘러스가 VR용으로 만든 다양한 콘텐츠를 경험한다.

먼저 가장 인기가 많다는 롤러코스터를 체험해봤다. '오큘러스 리프트' VR헤드셋을 착용하고 자리에 앉은지 얼마되지 않아 곧 몰입하게 됐다. 열차가 좌우 커브를 지날때마다 내 몸도 따라서 쏠렸다. 가속도가 붙자 정면을 향해 강한 바람도 쏟아져 실제 상황과 흡사한 환경이 연출됐다.

다만 체험이 끝난 후 약간의 어지러움과 메스꺼움은 피할 수 없었다. 멀미에 민감하고 비위가 약한 사람들에겐 흔히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게 직원의 설명이다. 안경을 착용한 사용자의 경우 안경을 벗어야 체험이 가능하다는 점도 아쉬웠다. 시야가 약간 흐려지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게임을 즐길수 없을 정도는 아니다.
[체험+]롤러코스터부터 좀비까지…'악'소리나는 VR방 체험기
VR플러스 관계자는 "약간의 멀미를 느끼는 현상은 관련 기업들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기술적으로 조만간 해결할 것"이라며 "몸을 움직이지 않는 콘텐츠 이용시 느끼는 멀미 정도가 심한 편이기 때문에 전신을 이용하는 콘텐츠들을 많이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FPS를 통해 구현된 좀비는 기대 이상의 퀄리티를 보여줬고 중독성까지 있었다. 기기를 머리에 쓰자마자 사방은 칠흑같은 어둠으로 변했다. 손전등을 비추자 영화 ‘부산행’에 나온 좀비보다 더 징그러운 좀비떼가 입을 쩍쩍 벌리며 달려든다.

플레이 내내 긴장의 연속이지만 끝나고나니 또 하고 싶어졌다. 정말 무섭지만 계속 보게되는 공포영화와 비슷한 느낌이랄까.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좀비를 피하느라 나도 모르게 몸을 전후좌우로 쉴새없이 움직였다. 좀비가 눈앞에 다가왔는데 장전이 되지 않아 허둥대는 장면이 수차례 반복됐다.

이외 체험존에는 삼성전자 '기어 VR'과 LG전자 'VR 360' 등 모바일 VR 기기도 한쪽에 마련돼 있다. 본격적인 체험 전 몸풀기 장소로 적합하다고 매장 직원은 귀뜸했다. VR체험존 옆에 카페는 VR을 즐기다가 잠시 휴식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적합해보였다.

VR플러스는 내년까지 250개 매장 오픈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무료로 체험할 수 있지만 VR플러스 쇼룸이 활성화되고 심의 및 전파 인증이 마무리되면 가격을 책정할 계획이다. 위생과 여성들의 메이크업 상태 보존을 위한 페이셜 커버도 자체 제작 중이다.

생각보다 규모는 작았지만 VR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경험을 하기엔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향후 콘텐츠가 확대되고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놀이터'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