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길 걷는 배선우 > 배선우가 11일 이수그룹 KLPGA챔피언십 결승전에서 투어 데뷔 3년 만에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일궈낸 뒤 시상식에서 축하 꽃세례를 받고 있다. KLPGA 제공
< 꽃길 걷는 배선우 > 배선우가 11일 이수그룹 KLPGA챔피언십 결승전에서 투어 데뷔 3년 만에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일궈낸 뒤 시상식에서 축하 꽃세례를 받고 있다. KLPGA 제공
투어 4년차 배선우(22·삼천리)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두 번째 메이저 대회인 이수그룹 KLPGA챔피언십을 제패했다. 연장 세 번째 홀까지 가는 난타전 끝에 루키 김지영(20·올포유)을 제압하고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의 짜릿한 감격을 맛봤다.

◆그린 왼쪽에 떨군 연장 샷이 승부 갈라

배선우는 11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리조트 하늘코스(파72·6578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버디 5개, 보기 2개를 묶어 3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 합계 16언더파 272타를 친 그는 동타를 치고 먼저 경기를 끝낸 김지영을 연장으로 끌고 갔다.

연장 첫 번째, 두 번째 홀에서 둘은 모두 파를 잡아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배선우는 연장 세 번째 홀에서 5m짜리 버디 퍼팅을 홀컵에 떨궈 파에 그친 김지영을 제치고 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배선우는 “나도 뭔가 해낸 것 같아 대견하다. 우승할 수 있게 도와준 아버지께 감사드린다”며 기뻐했다.

지난 5월 E1채리티오픈 우승 이후 석 달 만에 2승째를 수확한 배선우는 박성현(23·넵스) 고진영(21·넵스) 장수연(22·롯데) 조정민(22·문영그룹)에 이어 올 시즌 2승 이상을 올린 다섯 번째 선수가 됐다. 지난해 한화금융클래식 연장에서 노무라 하루(24·한화)에게 패한 아픔도 함께 씻어냈다. 연장 세 홀에서 세 번째 샷을 모두 홀컵 왼쪽에 떨군 덕에 승부를 결정짓는 마지막 버디 퍼트가 쉬웠다.

생애 첫승을 메이저에서 노리던 김지영은 ‘2% 부족한’ 퍼트 때문에 아쉬움을 삼켰다. 세 번째 연장 홀에서 시도한 8m짜리 오르막 버디 퍼트는 반 바퀴가 모자랐다. 연장 첫 홀에서는 1.5m짜리 버디 퍼트가 홀컵을 스치고 90도로 꺾여 나왔다. 두 번째 연장 홀에선 홀컵으로 곧장 들어가던 공이 10㎝ 앞에서 야속하게 오른쪽으로 휘고 말았다. 다 잡았다 싶었던 우승을 박성현에게 내준 지난 4월 삼천리투게더오픈 때의 연장전 악몽이 재연됐다. 김지영은 당시 연장 첫 홀에서 보기를 범해 파를 잡은 박성현에게 무릎을 꿇어 투어 두 번째 출전 만에 잡았던 천금 같은 첫 승 기회를 날렸다.

◆우승자 예측하기 힘든 난타전

이날 결승전에서는 종일 난타전이 지속됐다. 14번홀(파4)까지만 해도 배선우 김지영 김지현(25·한화)이 똑같이 16언더파를 달렸다. 팽팽한 균형이 깨진 것은 16번홀(파3). 김지현의 5m짜리 파 퍼팅이 홀컵 왼쪽으로 살짝 빗나가며 보기로 이어졌다. 승부는 김지영과 배선우의 싸움으로 좁혀졌다. 하지만 이 2파전도 오래가지 못했다. 배선우마저 16번홀에서 짧은 파 퍼트를 놓친 것이다.

한 홀 앞서 경기하던 루키 김지영이 졸지에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루키의 극적 우승으로 끝날 듯하던 승부는 18번홀(파5)에서 배선우가 3m짜리 버디 퍼팅을 극적으로 꽂아 넣으며 원점으로 돌아갔다. 김지현은 마지막 18번홀에서 시도한 버디 퍼트가 홀컵을 살짝 빗나가면서 연장전에 합류할 기회를 놓쳤다. 15언더파 단독 3위다.

박성현은 이날 1타를 잃고 9언더파 공동 18위로 경기를 마쳤다. 박성현은 오는 15일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 에비앙챔피언십에 출전하기 위해 이날 저녁 프랑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