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 9일 긴급회의를 열고 5차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을 제재하는 결의안 마련에 착수키로 했다.

이런 가운데 대북 제재의 ‘키’를 쥐고 있는 중국이 “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가 북한 핵실험을 촉발했다”며 양비론을 들고 나왔다. 실효성 있는 대북 제재 방안이 도출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거나 도출되더라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이 벌써 제기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9일 오전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한 직후 지난 1월 4차 핵실험 때보다 신속하고 단호한 말과 행동으로 북한을 비난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오후 1시께 북한의 조선중앙TV가 핵실험한 사실을 발표한 것과 거의 동시에 홈페이지에 비난성명을 올렸다. 또 10일 밤에는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를 불러들여 항의한 사실도 홈페이지를 통해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그러나 중국의 ‘두 얼굴’은 다시 드러났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10일자 신문에서 북한뿐 아니라 사드 한반도 배치를 추진하고 있는 한국과 미국도 동시에 비판했다.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왕진성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 인터뷰 기사를 통해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이 북한의 잘못된 대외정책을 부추기고 있다”며 “한·미 양국이 사드 배치를 재고하고 북한에 대한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10일 이고르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차관과의 전화통화에서 “대북 추가 제재는 최대한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러시아 외무부가 밝혔다. 과거 북한의 핵실험 때 보였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외교적 태도다.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강행한 지 이틀 만에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63개국과 유엔 등 7개 국제기구가 규탄성명을 발표했다. 미국은 9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 명의의 성명에서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추가 제재를 포함한 중대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한국 정부는 유엔 안보리의 추가 대북제재 결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미국 등 우방국과 논의를 시작했다. 외교 당국자는 “지난 4월부터 (정부 차원의 제재안을) 마련해 워싱턴과 협의하고 있었다”며 “3월 채택한 ‘결의안 2270호’의 미진한 부분은 어떻게 메워나갈지, 어떤 요소를 추가할지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가 대북 제재로는 △북한 노동자의 해외 외화벌이 차단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 중단 △북한의 섬유수출 차단 △북한의 은행 간 국제결제시스템 이용 차단 등이 거론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추는 듯하면서도 북한에 우호적인 중국의 양면성 때문에 북핵 위기가 왔다”고 지적한 뒤 “중국이 북한과의 교역을 중단할 것 같지 않다”고 전망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박상익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