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 폭격' 이경훈, 한국오픈 2연패
코오롱 제59회 한국오픈 골프선수권대회(총상금 12억원·우승상금 3억원) 최종 4라운드가 열린 11일 충남 천안시 우정힐스CC(파71·7225야드). 18번홀(파5)에서 이경훈(25·CJ대한통운·사진)이 두 번째 샷으로 그린 옆 러프에 공을 보낸 뒤 어프로치샷을 준비하고 있었다. 지형을 살피던 그는 캐디와 함께 깜짝 놀라 경기위원을 불렀다. 샷을 준비하던 공 옆에 공이 하나 더 있었던 것이다.

경기위원과 함께 확인한 결과 처음에 발견한 공은 이경훈의 것이 아니었다. 무심코 뒤를 돌아보다 발견한 두 번째 공이 그의 것이었다. 자칫하면 귀중한 우승 기회를 어이없는 실수로 날려버릴 뻔했다. 그는 당황한 듯 세 번째 샷으론 공을 러프에서 꺼내지 못했다. 네 번째 샷으로 공을 그린에 올린 이경훈은 보기를 기록, 최종합계 16언더파 268타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작년에 이은 2년 연속 우승이었다. 미국의 2부투어인 웹닷컴투어에서 실력을 갈고닦은 결과였다.

13언더파 단독 선두로 4라운드를 시작한 이경훈은 이날 통산 9승의 ‘승부사’ 강경남(33·동양네트웍스), 올 시즌 2승을 올린 최진호(32·현대제철)와 한 조를 이뤘다. 추격자 최진호가 버디 시동을 걸었다. 1번홀(파4)부터 4m 거리의 버디 퍼팅에 성공했다. 이후 4번홀(파3)에서 버디를 잡으며 강경남을 제치고 이경훈과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4번홀까지 파 행진을 하던 이경훈의 반격은 매서웠다. 그는 5번홀(파5)을 시작으로 8번홀(파5)까지 4개홀 연속 ‘버디 폭격’을 퍼부으며 최진호와 강경남을 멀찌감치 떼어놨다. 6번홀(파4)에선 두 번째 샷이 깃대를 맞춘 뒤 컵 바로 앞에 멈춰섰다. 정밀 타격을 앞세운 이경훈의 버디 행진에 기세가 꺾인 최진호, 강경남은 2위 싸움으로 전략을 바꿔야 했다.

전날 보기 없이 3언더파를 친 강경남은 이날 15번홀(파4)까지 보기가 없었다. 15번홀 버디로 18언더파까지 치고 올라간 이경훈은 역대 최저 타수 우승도 바라보게 됐다. 기존 최저타는 리키 파울러(미국)가 2011년 기록한 16언더파 268타였다. 하지만 이경훈은 16번홀(파3)에서 첫 보기를 한 뒤 18번홀에서도 보기를 범하며 타이기록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경훈은 올 시즌 웹닷컴투어에서 18개 대회에 참가해 6000만원의 상금을 수확했다. 상금랭킹은 78위. 만족스러운 성적은 아니지만 큰 무대에서 뛴 경험은 우승상금 3억원짜리 한국오픈 우승의 밑거름이 됐다.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으로 경기를 마무리한 이경훈은 2008년과 2009년 우승한 배상문 이후 7년 만에 이 대회를 2년 연속 제패한 선수가 됐다. 이 대회에서 2년 연속 우승한 선수는 한장상과 배상문, 이경훈 등 6명이다.

이경훈은 오는 12월 웹닷컴투어 퀄리파잉(Q)스쿨 최종 예선 참가를 위해 미국으로 가야 한다. 그는 “1년간 웹닷컴투어를 뛰는 데 1억원 정도의 경비가 든다”며 “이번 한국오픈 우승상금은 PGA투어 재도전을 위한 든든한 밑천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