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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용 칼럼] 유령처럼 떠도는 망국론

입력 2016-09-11 18:07:06 | 수정 2016-09-12 06:37:18 | 지면정보 2016-09-12 A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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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은 궤변뿐이고 사회 기반은 흔들
부정부패에 국가경제 주체인 기업은 질식
혁신해 돌파구 못찾으면 그냥 와해될 것

윤종용 < 전 삼성전자 부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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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배회하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 첫 구절이 자주 머리에 떠오른다. ‘공산주의’라는 단어가 자꾸만 ‘망국론’으로 치환되곤 한다. ‘하나의 유령이 한반도를 배회하고 있다. 망국론이라는 유령이.’ 이 무서운 유령의 정체는 무엇일까.

동서고금의 모든 문명과 국가가 흥망성쇠를 반복하며 사라져 갔다. 너나없이 영속(永續)을 기원하며 노력해 왔지만 영속하지는 못했다. 국가보다는 지배와 경영과 관리가 효율적이라는 기업(企業)마저도 영속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40여년 전 일본의 유력 월간지인 ‘문예춘추(文藝春秋)’에 ‘일본의 자살’이라는 제목의 글이 실린 적이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국가가 외적(外敵)에 의해서가 아니라 내부적 문제로 스스로 붕괴했다는 주장이었다.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붕괴의 공통분모는 이기주의와 포퓰리즘의 만연이었다. 과거 500년 이상 헬레니즘 문명을 꽃피웠던 초기 로마제국의 패망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내부에서 배양된 망국의 바이러스가 결국 국가를 좀먹게 하고 망하게 한 것이다.

오늘의 한국은 대외·대내적 환경이 구한말 대한제국이 망할 때와 흡사하다고 말하는 지식인이 많다. 왜 그럴까? 지금 한국은 모든 부문에서 사회의 기본이 와해돼 가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리더십이 절실한 시기에 정치 지도자들은 궤변만 늘어놓을 뿐 국가가 나아갈 방향은 제시하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다. 국가의 중장기 비전도, 새로운 성장동력도 안갯속이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국가는 없고, 당(黨)과 자신을 위한 이기주의와 포퓰리즘만 있는 것 같다. 국민이 하나가 돼 위기를 극복해야 할 시기에 국론은 더욱 분열되고만 있다. 최근에는 국민과 국가의 안위와 존립이 직결된 국방 안보에서마저 서로 분열해 싸우고 있으니 천인공노(天人共怒)할 일이다. 만약 실제 위기가 닥친다면 어떻게 될까.

국가 운영의 근간(根幹)이 돼야 할 삼권(三權)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입법부와 정치권에서 난무하는 것은 선거에 당선되고 정권을 잡기 위한 정적(政敵)들과의 이전투구뿐이다. 행정부도 해결해야 할 과제만 쌓아놓은 채 체념하고 있는 것 같다. 사법부와 경찰은 법질서와 공권력 확립에는 의지가 부족하고 오히려 사회 불순 세력의 눈치만 보는 것 같다. 부정부패가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부정부패는 국가를 망하게 하는 원흉으로 뿌리를 뽑아야 한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이런 상황에서 가장 먼저 질식당하는 건 바로 국가 경제의 주체인 기업이다. 세계적인 경영자를 몇 명 보유하고 있는지가 국력의 척도가 되는 시대에 한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걱정스럽다. 기업도 잘될 때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 이때 방심해 대비하지 못한 채 위기에 맞닥뜨리면 속수무책으로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세계적인 기업들도 이런 경험을 반복한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미래에 대비는커녕 사방에서 가해지는 기업 때리기에 전전긍긍하는 지경이다. 이런 환경에서 생존을 위한 마지막 선택은 사업하기 좋은 나라로 떠나는 것뿐이다. 누가 이들을 비난할 수 있겠는가.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 망국론이다. 혁신해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망할 수 있다는 게 역사의 교훈이다. 위기는 항상 우리 주변에 도사리고 있다. 그리고 예고 없이 찾아온다. 현실에 안주해 미래 대비에 소홀하면 기업도 국가도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위기의식으로 무장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한반도를 배회하는 ‘망국론’이라는 유령을 퇴치할 수 없을 것이다.

윤종용 < 전 삼성전자 부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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