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이 모국의 미래를 위해 썩는 밀알이 되길"
한·미 간 스파이 사건으로 비화된 ‘로버트 김 사건’의 주인공 재미동포 로버트 김(한국명 김채곤·76·사진)이 오는 21일 한국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기 위해 지난 9일 방한했다.

로버트 김은 출소 후 2005년부터 10년간 매주 그의 지인과 후원자들에게 쓴 편지를 묶어 로버트 김의 편지를 출간한다. 그의 편지는 건강이 악화된 2015년까지 425회나 계속됐다. 이번에 출판되는 책에는 이 중 80편이 실렸다. 그에게 온정을 표시해온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출판 비용을 선뜻 내줬다.

미국 해군정보국(ONI)에서 정보분석가로 근무하던 김씨는 1996년 9월24일 스파이 혐의로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돼 징역 9년에 보호관찰 3년형을 받았다. 주미 한국대사관 무관인 백동일 대령에게 북한 관련 정보를 넘겨준 혐의였다. 김씨는 2005년 10월5일 보호관찰 집행정지 결정으로 완전한 자유의 몸이 됐다.

김씨는 출판기념회 외에 10월16일까지 한국에 머물면서 김성곤 전 의원 등 형제들과 함께 전북 익산의 선영에 성묘를 하고, 고향인 전남 여수에도 들르고, 관광 명소에서 고국의 가을 정취도 만끽할 계획이다.

로버트 김은 20년 전의 일을 꺼내자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다”며 “아직도 내 가슴속에는 큰 응어리가 맺혀 있다”고 말했다. 당시 그의 유죄 판결을 놓고 미국과 한국에서 엄청난 화제와 논란이 일었다. 다른 우방은 알고 있는 정보를 동맹국인 한국에 제공한 것을 간첩 행위로 볼 수 있느냐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고, 모국을 도우려다 곤경을 겪고 있는데 정보를 넘겨받은 한국 정부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한국 정부의 태도가 섭섭하지 않았는지 묻자 “당시엔 서운한 감정을 떨치기 힘들었다”면서도 “이제는 이미 다 지난 일이어서 잊어버렸다”며 말을 아꼈다. 그 대신 “나와 일면식도 없는 많은 모국의 동포가 뜨거운 지지와 후원을 보내준 것에 감사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내 글이 동포들에게 세상을 넓게 보는 안목을 제공하고 모국의 미래를 위해 썩는 밀알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