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마이너스 금리의 경고
경제학이 위기다. 특히 거시경제학이 그렇다. 상식에 어긋난 주장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해야 하고 심지어 마이너스 금리까지도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래서인지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고 있는 국가들이 덴마크를 필두로 일본, 스웨덴, 스위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으로 늘어났다.

마이너스 금리는 자유시장, 즉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 시장에서는 있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이자는 근본적으로 사람들의 시간선호 때문에 발생하기 때문이다. 시간선호란 사람들이 미래재화보다는 현재재화를 선호하는 것을 말한다. 사람들은 동일한 재화라면 1년 뒤 소비하는 것보다 현재 소비하는 것에 더 많은 가치를 둔다. 그래서 현재재화 가치는 미래재화 가치보다 항상 크다. 미래재화 가치가 현재재화 가치보다 커야만 사람들이 미래재화를 위해 현재재화를 포기할 수 있다. 이렇게 현재재화와 미래재화 가치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이자다. 그렇기 때문에 금리는 자유시장에서는 마이너스가 될 수 없다.

마이너스 금리라는 것은 오늘의 2만원이 내일 1만원으로 줄어드는 것을 선호한다는 의미다. 이것이 현실에서 가능한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국채시장뿐만 아니라 독일의 소비재 생산회사 헨켈과 프랑스 제약회사 사노피가 마이너스 금리에 채권을 발행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결국 마이너스 금리가 시장에서 정해지는 것이 아니냐고 강변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중앙은행 정책에 크게 영향을 받는 세계에서 금리는 시장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중앙은행이 만들어 놓은 환경에 시장이 그저 적응할 뿐이다. 이것은 마치 정부가 특정 재화에 대해 가격을 규제할 때 시장이 그에 따라 적응하는 것과 같다. 우리가 식품가격 통제, 임대료 통제 등 수많은 사례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관찰되는 가격은 정부 통제에 적응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에 따라 경제가 치르는 부작용은 매우 크다.

금리도 마찬가지다. 자유시장에서 존재할 수 없는 마이너스 금리를 인위적으로 시행하면 많은 부작용과 의도치 않은 결과가 나타난다. 그것으로는 첫째, 정상적인 시장 상황에서는 이윤이 날 수 없는 투자에 자원이 잘못 배분되게 한다. 그리하여 자원이 잘못 투자된 부문에서 붐(거품)과 버스트(붕괴)가 일어나 초저금리, 혹은 마이너스 금리를 통해 경기를 부양시키고자 한 것과는 정반대로 나중에 더 심한 불황을 초래한다.

둘째, 마이너스 금리는 은행 수익성을 악화시켜 금융위기를 야기할 수 있다. 현재 마이너스 금리는 덴마크를 제외하고는 시중은행의 중앙은행 예치금에 부과되고 있다. 중앙은행이 은행 예치금에 마이너스 금리를 부과하면 은행 수익이 줄어든다. 은행은 감소한 수익을 만회하기 위해 예금금리를 인하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예금자들이 예금을 인출할 것이고, 인출이 늘어남에 따라 은행의 가용자금이 줄어든다. 그렇게 되면 은행은 대출을 회수할 것이고, 그에 따라 자연히 은행 수익이 감소한다. 수익 감소로 인해 은행은 인력 감축이나 영업 활동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이다. 은행의 구조조정은 사람들에게 은행이 위험하다는 신호를 보낸다. 그러면 예금 인출이 더욱 일어나는 이른바 뱅크런이 발생해 금융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

셋째, 마이너스 금리는 의도와는 달리 저축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저축을 늘릴 것이다. 사람들은 생애 전체를 생각해 소비와 저축을 결정한다. 생산활동이 떨어지는 노년기를 대비해 저축을 하고, 그 저축으로부터 나오는 이자 수입으로 생활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이자 수입이 매우 낮으면 이자 수입으로는 생활하기 어렵게 된다. 결국 노후 생활을 위해 더 많은 저축을 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일본, 독일, 스위스, 덴마크 등에서 가계저축률이 증가했다. 경제는 초저금리나 마이너스 금리로 살아나지 않는다. 개인과 기업들의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활동이 활발할 때 경제가 살아난다. 이런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경제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정공법이다.

안재욱 < 경희대 교수·경제학, 한국제도경제학회 회장 jwan@kh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