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진해운 사태, 법치주의 훼손하는 논의들
지난 8일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를 맡은 법원이 자금 지원 요청을 했으나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이 이를 거절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한진해운을 국유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올 6월 말 기준 한진해운의 전체 부채는 6조802억원이며, 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는 4조2471억원에 달하는 반면 1년 이내에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은 8689억원에 불과하다고 한다.

정부 측 인사는 한진그룹이나 최대주주가 부실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어 채권단에 의해 한진해운의 경영권을 포기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400억원의 사재를 출연하고 한진그룹이 600억원의 법인자금을 출연하는 등 총 1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해 물류대란의 급한 불을 끄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업 부실의 1차적 책임은 경영진과 최대주주에 있다는 점에서 이번 한진그룹의 1000억원 자금 지원은 심정적으로는 수긍이 간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경우 자칫하면 법정관리를 통해 한진해운의 회생을 추구하고자 하던 목적이 다발적인 법적 분쟁으로 인해 사태만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이런 해결방안은 법리적으로 크게 유한책임원칙, 부당지원, 배임죄와 관련한 세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경영권을 포기한 최대주주 사재를 털어 물류대란을 해결하는 방안은 주식회사법상 대원칙인 출자한도로 책임지도록 하는 유한책임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 이는 국내 시장에서 책임경영을 위해 최대주주가 되고자 하는 개인이나 법인들이 대한민국이 아닌 해외로 눈을 돌리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둘째,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에 대출해 주는 경우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가 돼 시정명령은 물론이고 과징금까지 부과될 수 있다. 대한항공 이사회는 지난 10일 한진해운에 600억원을 지원키로 했지만 담보 선 취득을 조건으로 내건 것도 이런 우려에서다. 대한항공이 속해 있는 한진그룹은 민간기업 기준 재계 서열 10위에 해당하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해 계열사 간 채무보증이 제한되는 기업집단이다. 동시에 계열사 간 대여금 지급 역시 공정거래법상 금지된다. 공정거래법이 계열사 간 채무보증이나 대출을 금지하는 이유는 특정 회사의 부실 위험이 계열사로 전이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셋째,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의 부실을 떠안고 가고자 하는 경우 대한항공 경영진은 형법상 배임죄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대출금액 등이 5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개인적으로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형에 처해지고, 소액주주들로부터 대규모 대표소송을 당할 수 있다. 특히 대한항공 부채비율이 1000%가 넘고 한진해운의 회생 가능성이 작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한진해운 사태로 인해 대한항공마저 부실기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한진해운 사태가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경영에서 물러난 전직 경영진이나 최대주주인 개인 혹은 기업에 그 책임을 묻는 작금의 양상은 법치주의를 자칫 훼손시킬 수 있다. 법원이 최선을 다해 한진해운 사태를 수습하고 회생시킬 수 있는 새로운 주인을 찾는 것이 유일한 해법일 수 있다.

전삼현 < 숭실대 교수·법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