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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인터뷰] 김형오 전 국회의장 "당사(黨舍)·대표·최고위원 다 없애고 정당이 국회로 들어가야"

입력 2016-09-11 18:39:46 | 수정 2016-09-12 17:56:49 | 지면정보 2016-09-12 A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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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 출범 100일…정치권에 쓴소리 쏟아낸 김형오 전 국회의장

정당이 당론을 무기로 국회 좌지우지…근본적 제도 혁신 필요
교섭단체 대표연설 3일간 국무위원 잡아놓는 건 '갑질 중 갑질'
세상 팽팽 돌아가는데 변화에 느릿느릿…국회무용론 확산될 수도

반기문, 진흙탕 들어가 경선 돌파할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한국 정치는 기득권과 집단이기주의에 젖어버렸다”며 근본적인 틀 개혁을 주장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기사 이미지 보기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한국 정치는 기득권과 집단이기주의에 젖어버렸다”며 근본적인 틀 개혁을 주장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정계를 은퇴한 지 4년이 넘었지만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청와대와 정부, 정치권에 할 말이 많았다. 연신 “답답하다, 안타깝다, 걱정된다”고 했다. 김 전 국회의장은 20대 국회 출범 100여일을 맞아 11일 책으로 가득찬 그의 연구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면서 “혁신을 내건 20대 국회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이러다간 국회 무용론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8, 9일 국회에서 열린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청문회(서별관회의 청문회)도 준비 부족으로 핵심 내용은 제대로 따지지 못한 채 ‘망신주기 청문회’가 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김 전 의장은 현역 시절 못지않게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2012년 펴낸 술탄과 황제의 전면 개정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이 책은 1453년 동로마제국 콘스탄티노플(현 터키 이스탄불)이 오스만튀르크 술탄인 메흐메드 2세에게 함락되는 과정을 그려 베스트 셀러가 됐다. 부산대 석좌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오는 20일에는 중국 톈진(天津)에서 열리는 빈하이포럼에 참석, 3년째 기조연설을 한다.

▷술탄과 황제를 전면 개정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처음 이 책이 나왔을 때 제3자로서 중립적으로 썼다고 판단했으나 서양 자료에 의존하다 보니 아무래도 서양 시각이 많이 들어있습니다. 황제가 일기로 이야기하고 술탄이 비망록으로 답하는 형식의 척추만 놔두고 다 고쳤어요.”

▷또 다른 책을 준비한다고 들었습니다.

“하나는 김구 선생에 관한 것입니다. 김구 선생에 관한 ‘백문백답’ 형식이 될 것 같습니다(김 전 의장은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또 하나는 14세기 후반 중앙아시아에 대제국을 건설한 티무르에 관한 얘기입니다.”

▷20대 국회도 구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을 듣고 있는데요.

“국회가 달라진다고 하는 것은 선거용일 뿐입니다. 이런 제도와 선거가 지속되는 한 국민이 원하고 바라는 수준의 변화는 절대 올 수 없어요. 제도를 획기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야당이 밀어붙이고, 여당이 점거 농성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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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서로 바뀐다 한들 본질은 바뀔 수 없어요. 틀이 변해야 합니다. 헌법 권력구조가 잘못됐어요. 1987년 헌법 체제의 문제점은 대통령 권한은 막강하고 국회의 책임성은 없습니다. 대통령 장기 집권을 막고자 단임제를 했는데, 평화적 정권 교체는 이뤄졌지만 레임덕이 옵니다. 신임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 흔적 지우기에 나섭니다. 대통령은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에요.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이 대통령 영향 하에서 선출됩니다. 권력분립이 안 돼 있어요. 야당은 견제권이 없다 보니 입으로 발목 잡고,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습니다. 한쪽은 제도적인 막강한 권한이 있고, 한쪽은 없어요. 그러다 보니 소통이 제대로 안 됩니다. 또 대통령이 모든 것을 챙기고 지휘·감독하는 바람에 장관을 비롯한 관료들은 청와대만 쳐다봅니다. 자기를 비울 줄 모르는 지도자는 나라를 제대로 이끌 수 없어요.”

▷오히려 정당 기능이 막강하지 않나요.

“정당과 국회 관계가 바뀌지 않으면 안 됩니다. 정당이 당론으로 국회를 움켜쥐고 있어요. 미국식 정당으로 가자는 겁니다. 당사와 대표, 사무총장, 최고위원 다 없애야 합니다. 국회로 다 들어가야 해요. 힘들게 대표, 최고위원 됐는데 그 권한을 쉽게 내려놓지 않겠죠. 그러다 보니 정당과 국회 관계가 기울어져 있습니다. 정당 국고보조금도 없애야 합니다. 대표, 최고위원 경쟁이 치열한 이유는 술값과 꽃값, 밥값 등으로 국민 혈세를 쓸 수 있기 때문이지요. 왜 정당이 국민 세금을 씁니까. 자생 정당으로 가야 합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시대입니다. 국민 여론을 수렴하고 바로 결론 내려야 하지만 문제 제기 하나 하면 정당에서, 국회에서 몇 개월 질질 끕니다. 세상은 팽팽 돌아가는데 국회는 너무 느립니다. 국회 무용론이 일 수 있어요.”

▷국회에 권한을 더 주는 것도 문제가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 국회 행태로 봐선 권한 더 주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입니다. 다시 태어나야 해요. 청문회 증인이든 참고인이든 진술인이든 모두 인간적으로 대접해야 합니다. 의원이 국민에게 권한을 위임받았기 때문에 장관이나 증인에게 모욕적으로 해도 된다는 생각은 착각도 큰 착각이에요.”

▷법안 제출을 기준으로 의원을 평가하는 게 올바릅니까.

“법안 심의를 진지하게, 깊이 있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TV 카메라만 들어오면 산 낙지 들고 와서 증거물이라고 ‘쇼’하는 식은 안 됩니다. 국회의원은 법을 빨리 통과시켜선 안 됩니다. 시민단체가 법안 몇 건 제출한 것을 가지고 의원 성적표를 매긴다고 하니 몇 개 고치고, 남의 것을 베껴 법안을 제출합니다. 이런 관행은 없어져야 해요.”

▷국회 특권이 문제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대한민국 정치는 기득권과 진영논리, 집단 이기주의에 젖어버렸어요. 대표연설 하는데 사흘 연속 전 국무위원을 불러 일방적으로 연설을 들으라고 합니다. 갑질 중 갑질이에요. 연설을 하루에 몰아서 하든지, 1년에 한 번만 해도 됩니다.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도 없애야 하고, 면책특권 뒤에 숨지 말아야 합니다. 면책 특권은 보장해야 하지만 엄격히 제한해야 해요. 국민 모두의 인신보호 원칙을 강화해야지 왜 국회의원만 불체포 특권으로 보호해야 합니까.”

▷여야가 수권 능력이 있다고 봅니까.

“대통령은 수입할 수도 없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있는 사람 중에 뽑아야 하는데 다들 고만고만하다 보니 국민이 차기 대통령에 대해 기대보다는 무관심 쪽으로 흘러가요. 경선 방법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TV 방영 시간에 맞춰 제약된 시간 안에 질문, 답변하는 판에 박힌 방식으론 안 돼요. 시간을 충분히 주고, 한 가지 주제를 놓고 몇 시간씩 토론하도록 하는 방법을 통해 한 사람씩 떨어뜨린다든지 해야 합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포퓰리즘 공약이 예견됩니다.

“복지 지출이 많아질 수밖에 없어요. 그러려면 세금을 더 내야 합니다. 세금 내라고 하면 법인세를 올리자고 하는데, 나는 안 내고 재벌들만 내라고 하는 양극화된 사고방식은 틀렸습니다. 국민개세 원칙을 적용해야 합니다. 나라가 제대로 되려면 기업이 활력을 가져야죠. 규제를 확 풀어야 합니다. 정부가 규제 덩어리입니다. 정부 권한을 내려놔야 하는데, 공무원들이 다 쥐고 안 내려놔요. 꼭 안 되는 것만 명문화하는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가야 합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후보로 나오면 성공할 것 같습니까.

“훌륭한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게 있는지 심사숙고한 다음에 뜻을 정하기를 바랍니다. ‘내가 나서는 게 이 시대의 필수적인 의무요 소명이다’라는 확신이 있는지, 경선을 돌파할 자신이 있는지, 진흙에 들어가서 팔 걷어붙이고 온몸이 생채기가 나더라도 관철할 수 있는지 잘 생각해봐야 합니다.”

▷한진해운 사태 대처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정부가 기업 위기를 방치하고 있다가 뒤늦게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대응하고 있습니다. 제가 국회의장 시절(2008~2010년)부터 조선·해운에 문제가 있으니 구조조정에 들어가야 한다고 청와대와 관련 장관에게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내가 장관으로 있을 때만 탈이 없으면 되는 것’이라는 태도로 일관했어요. 대우조선에 엉터리 지원한 게 드러나고, 한진해운엔 ‘열중쉬어’ 하고 있다가 이런 국면을 맞았어요. 우리 정부가 도대체 정책 집행 능력을 갖췄는지 걱정스럽습니다. 재벌 특혜 공포증에 사로잡혀 일을 안 합니다. 나라가 가라앉는 느낌이 들어요. 롯데 수사로 부회장이 자살했는데, 정부가 심각한 짓을 하고 있습니다. 기업을 이렇게 옥죄어서 되겠습니까. 레임덕 방지 차원에서 롯데가 걸려든 것입니다. 한진해운과 롯데 모두 정부에 의해 망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기업들도 납작 엎드려 있습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1947년 경남 고성 출생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 △서울대 대학원 정치학 석사 △경남대 대학원 정치외교학 박사 △동아일보 기자 △14~18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사무총장, 원내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 △18대 국회 국회의장 △한국경제신문 객원대기자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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