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9일 5차 핵실험을 감행한 것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맞서면서 내부 결속을 다지는 ‘다목적 카드’라는 분석이다. 5년 차에 접어든 김정은이 체제의 안정을 과시하고, 핵·경제 병진노선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정권 수립 68주년(9·9절)에 맞춘 핵실험을 통해 내부적으로 김정은에 대한 충성심 고취를 노렸을 것으로 진단했다. 김정은의 공포 통치와 잇단 고위층 탈북 등으로 어수선해진 민심을 다잡으려 했다는 것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1면 사설에서 “공화국은 국제정치 무대에서 주도권을 틀어쥐고 영향력을 당당히 행사하고 있으며 핵 무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도 최첨단 수준으로 계속 힘있게 다져나가고 있다”고 자찬했다.

지난 4~5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을 통해 외교무대에서 북한에 압박이 강해지는 데 대한 반발의 성격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번 핵실험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대북 제재가 나오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또 발사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강경 일변도의 정책으로는 북한의 핵 개발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각인시키는 효과도 노렸을 것이란 분석이다. 대북제재를 강화하고 있는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의 노선에 대한 회의론을 확산시켜 미국 차기 행정부에 평화협정 체결 등을 요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려 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북한 체제 붕괴론’을 둘러싼 남남 갈등을 유발하는 효과도 기대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오바마 임기 전에 최대한 빨리 핵 완성도를 높이려는 것 같다”며 “또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자신들의 숨통을 조이는 정도는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능력이 상당 수준에 이르렀음을 과시해 국제사회에서 암묵적으로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