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9일 기습적으로 감행한 5차 핵실험의 파괴력은 역대 어느 때보다 크다. 지진파 규모는 5.04이고 파괴력은 10~12kt(1kt는 TNT 1000t 폭발력에 해당)으로 지난 1월 4차 핵실험 때(지진파 4.8, 파괴력 6kt 추정)보다 위력이 두 배 가까이 된다.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67~80%의 강도다. 북한이 실전에 사용할 핵탄두 폭발실험을 한 것으로 추정돼 핵무기 소형화가 완성단계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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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의 '핵도박'] "8개월 만에 파괴력 두 배…핵탄두 폭발 첫 실전 사용 실험"
북한은 올해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잇달아 성공했다. 소형화된 핵무기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실어 발사할 힘을 갖추는 데 바짝 다가섰다는 의미다. 한반도 주변 안보 정세가 격랑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추가 핵실험 나설 듯

북한은 이날 성명에서 핵탄두 위력 판정을 위한 핵폭발 시험을 단행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핵탄두가 표준화, 규격화됨으로써 우리는 여러 가지 분열 물질에 대한 생산과 이용기술을 확고히 틀어쥐고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된 보다 타격력 높은 각종 핵탄두를 마음먹은 대로 필요한 만큼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또 “우리의 핵무기 병기화는 보다 높은 수준에 확고히 올라서게 됐다”고 주장했다.
[북한 김정은의 '핵도박'] "8개월 만에 파괴력 두 배…핵탄두 폭발 첫 실전 사용 실험"
북한이 주장한 핵탄두 폭발실험은 핵폭발 장치를 터뜨리는 게 아니라 탄도미사일에 탑재해 실전에 사용할 수 있는 소형 핵탄두를 만들어 이를 폭발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핵탄두를 탄도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는 뜻이다. 실전 사용이 가능한 핵무기가 완성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핵무기는 핵물질과 소형화, 운반체계(미사일)가 갖춰져야 완성된다. 북한은 핵물질과 운반체계는 갖췄다. 마지막 과제는 소형화된 기폭장치다. 이를 미사일에 탑재하려면 폭발력과 함께 500~600㎏으로 소형화하는 게 핵심이다.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 기술은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우리 군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다만 핵탄두 소형화 여부엔 유보적이다. 군 관계자는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다는 북한의 주장은 입증되지 못했다”며 “여러 정황을 따져 분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은 “소형화가 예상보다 빨라 우려된다”고 말했다.

북한은 4차 핵실험 직후 수소탄 실험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우리 군은 증폭핵분열탄 실험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번에도 북한은 증폭핵분열탄 실험을 한 것으로 일부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증폭핵분열탄 실험은 같은 크기의 원자탄보다 2~5배 위력을 갖췄으며 핵탄두 소형화의 핵심으로 꼽힌다. 국정원 관계자는 “이번 도발은 수소폭탄 실험은 아니다”고 했다. 수소폭탄의 폭발력은 보통 규모 6.0 이상의 인공지진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춘근 과학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이번에 핵탄두 폭발실험을 한 것으로 관측된다”며 “10kt 정도의 위력이면 핵무기로서 손색은 없다”고 말했다. 이나다 도모미 일본 방위상은 “북한이 핵무기 소형화·탄두화를 실현했을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고 했다.

핵·미사일 도발 감행 기간 짧아져

올해 들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감행 기간이 짧아졌다. 이날 핵실험은 지난 1월 4차에 이어 8개월 만에 이뤄졌다. 1~4차 핵실험까지 각 단계에서 2~3년 걸린 것과 대조적이다. 올해 들어 14차례의 장·중·단거리 탄도미사일 및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실험을 했다. 단기간 내 핵무기를 완성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임기 내 핵·미사일 실전 배치를 달성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핵실험을 지속적으로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황록 국방부 국방정보본부장은 “6, 7차 추가 핵실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은 대북 억지력을 더 강화할 방침이어서 ‘강대강’ 대치 국면은 지속될 전망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을 겨냥한 고위력 탄두 개발에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