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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팀 리포트] "신형 BMW 500만원에 팔아요" 광고 보고 중고차 단지 갔더니 9시간 '뺑뺑이'…계약금만 뜯겨

입력 2016-09-10 09:01:00 | 수정 2016-10-04 17:56:09 | 지면정보 2016-09-10 A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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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울리는 중고차 매매 범죄

경찰, 두 달간 위법행위 291건 적발
지능화된 '악성 중고차 딜러들'
유인·상담·광고 역할별로 사기

시장규모 30조인데 신뢰도 바닥
일반 딜러들 자정 활동 나서
울산에 사는 회사원 A씨(35)는 인터넷에서 중고차 매물을 검색하다가 ‘신형 K3 차량을 100만원대에 판다’는 광고를 발견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전화로 문의하니 “원래 시세는 1000만원이 넘는데 경매로 나온 매물을 대거 확보해 가격이 싼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직접 확인하기 위해 인천에 있는 유명 중고차 단지를 찾았다. 하지만 중고차 딜러는 “문의한 차는 이미 팔렸다”며 다른 차량을 소개했다. 이번에도 놓치기 싫으면 먼저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재촉했다. A씨는 그 말을 덥석 믿고 계약금을 줬다. 2시간 뒤 도착한 차량은 주행거리 등의 조건이 딜러 설명과 너무 달랐다. 딜러는 “이미 차주에게 돈을 줬기 때문에 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고 발뺌했다. A씨는 계약금이 아까워서 ‘울며 겨자 먹기’로 차량을 매수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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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불황일수록 중고차 매매시장에서 사기단이 활개친다. 중고차 가격은 부르는 게 값이라는 점을 악용해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소비자를 울리는 악질 범죄다. 경찰은 인천 부천 등 대형 중고차 매매단지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범죄를 뿌리 뽑기 위한 특별단속을 벌이고 있다.

사기와 상술 넘나드는 지능범들

9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특별단속 기간인 지난 7월6일부터 8월 말까지 허위매물 등 중고차 매매 관련 위법행위 291건을 적발했다. 대포차 등 허위매물 범죄가 212건으로 가장 많았고 폭행(73건), 밀수출(6건) 등이 뒤를 이었다. 특별단속은 오는 10월 중순까지 100일간 이어진다.

중고차 매매 범죄는 조직적으로 이뤄진다. 사기단은 유인책, 상담책, 광고책 등 기능별로 역할을 분담한다. 소비자의 의심을 비켜 갈 수 있는 광고 문구를 연구하고 복잡한 계약서를 통해 법적으로 빠져나갈 구멍도 마련한다. 한 중고차 매매업체 사장은 “조직적인 악질 딜러에게 걸리면 마치 홀린 듯이 바가지를 쓰거나 사기를 당한다”며 “읍소부터 협박, 폭행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엉뚱한 중고차를 떠넘기기 때문에 누구나 ‘호갱(호구 고객의 속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기단은 여성, 장애인 등 차량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사람을 주로 노린다. 경북에 사는 뇌병변 장애 1급 B씨(40)는 지난해 8월 170만원짜리 차를 판다는 중고차 광고를 보고 인천 중고차 매매단지를 찾았다. 중고차 딜러는 B씨가 문의한 차는 보여주지 않고 여기저기 계속 끌고 다니며 시간을 끌었다. B씨가 돌아가려 하자 1500만원짜리 차를 할부로 사라고 강권했다. 심신이 지친 B씨는 거듭된 강요에 못 이겨 계약서를 쓰고 귀가했다. 그는 뒤늦게 실제 차 가격이 1000만원도 안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여교사 C씨(42)는 인터넷에서 500만원대에 나온 외제차(BMW 520d)를 사러 갔다가 곤욕을 치렀다. 중고차 딜러는 다른 차를 보여주겠다며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끌고 다녔다. C씨가 정신을 차리고 집에 가겠다고 하자 딜러는 “다른 차를 더 소개하겠다”며 계약금 20만원을 요구했다. C씨는 ‘집에 가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위협을 느껴 20만원을 준 뒤 자리를 피했다.

지난해 중고차 거래 366만건

전국적으로 중고차 매매단지는 241곳, 매매업체는 3900곳에 이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차 거래 건수는 366만대로 집계됐다. 2009년 196만대에서 2011년 325만대로 급증한 뒤 거래 증가폭은 다소 주춤하고 있다.

중고차 시장 규모가 연 30조원 수준으로 성장했지만 신뢰도는 여전히 바닥이다. 허위매물 광고, 사기 등의 불법행위도 함께 급격히 늘고 있어서다. 합법적으로 영업하는 중고차 딜러도 피해를 입고 있다. 이들은 자정 활동까지 벌인다.

인천 지역 중고차 딜러들은 4년 전부터 조합을 통해 소비자 불만을 듣고 대신 경찰에 고발해주는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인천시자동차매매사업조합이 소비자 불만을 모아 경찰에 고발한 불법행위 건수는 올 들어 지금까지 41건에 이른다. 2014년 21건, 2015년 39건으로 매년 급증세다.

조합 관계자는 “대신 고발 업무를 맡아주고 있는데 불법행위가 줄어들지 않는다”며 “10% 수준의 범죄자 때문에 합법적으로 중고차를 매매하려는 90%의 딜러가 큰 피해를 입는다”고 하소연했다.

주관부처인 국토부와 지방자치단체 등도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국토부는 지난 1월 자동차관리법을 개정해 허위 중고차 매물에 대한 처벌을 기존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서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하기도 했다.

인천 지역의 한 딜러는 “벌금에 비해 위법행위를 통한 이득이 크기 때문에 경찰에 걸려도 다른 매매업체를 양수도해서 뻔뻔하게 영업을 한다”며 “무등록 딜러 등을 잡을 강력한 대책이 없으면 소비자도 울고, 시장도 죽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심은지/황정환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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