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경주마와 세계적인 경주마들이 11일 경기 과천시 렛츠런파크서울에서 열리는 제1회 코리아컵에 출전, 총 17억원의 상금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인다. 지난 6월 렛츠런파크에서 열린 JRA트로피에서 경주마들이 트랙을 달리고 있다. 한국마사회 제공
토종 경주마와 세계적인 경주마들이 11일 경기 과천시 렛츠런파크서울에서 열리는 제1회 코리아컵에 출전, 총 17억원의 상금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인다. 지난 6월 렛츠런파크에서 열린 JRA트로피에서 경주마들이 트랙을 달리고 있다. 한국마사회 제공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목장 ‘노던팜’이 배출한 세계적인 경주마 ‘크리솔라이트’의 누적 상금은 30억원에 달한다. 같은 목장의 경주마 ‘그레이프브랜디’는 41억원의 상금을 수확했다. 싱가포르의 경주마 ‘슈퍼위너’는 올해에만 6억원의 상금을 획득한 신흥 강자다.

이런 세계적인 경주마들이 국내에 모여 한판 승부를 벌인다. 11일 열리는 제1회 코리아컵에서다. 이번 대회는 한국마사회가 한국 경마 사상 최대 상금인 17억원을 걸고 개최하는 국제경주다. 대회는 단거리(1200m) 경주인 ‘코리아 스프린트’와 장거리(1800m) 경주인 ‘코리아컵’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대회에는 일본, 싱가포르는 물론 영국, 아일랜드, 프랑스, 아랍에미리트(UAE) 등 7개 경마 선진국이 참가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경주마들이 참가하는 ‘경마월드컵’이다.

코리아컵은 세계무대에서 한 단계 상승한 한국 경마의 위상을 알리기 위해 열린다. 지난해 한국 경마시장 규모는 7조8000억원으로 세계 7위다. 하지만 규모에 비해 한국 경마는 국제무대에서 변방 취급을 받았다. 한국은 그동안 오스트리아 폴란드 네덜란드 등과 함께 ‘파트3’ 국가로 분류됐다. 파트3는 경마를 시행하는 100여개 국가 중 중진국에 해당한다.

현명관 한국마사회 회장은 2013년 취임 후 “경마의 품격을 높여야 한다”며 이듬해부터 승격을 추진해왔다. 그 결과 지난 7월 스웨덴 싱가포르 덴마크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파트2로 승격됐다. 현 회장은 “국가로 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것과 비슷하다”며 “한국 경마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면 경주마와 경주 수출(경주 실황 해외 중계)이 탄력을 받아 말산업이 성장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국가 대부분은 최상위 등급인 파트1에 속해 있다. 참가국들은 단거리와 장거리에 7마리씩 모두 14마리의 경주마를 출전시킨다. 14마리의 경주마가 지금까지 거둬들인 상금은 120억원에 달한다. 이에 맞서 18마리의 토종 경주마도 경주에 나설 채비를 마쳤다. 경주마다 해외 경주마 7마리, 토종 9마리 등 16마리가 승부를 다투게 된다. 이번 대회 장거리 경주의 총상금은 10억원, 우승 상금은 5억6000만원이다. 단거리는 총상금 7억원, 우승 상금 3억9200만원이다.

한국 대표 경주마는 경주 성적과 입상률, 상금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선정했다. 단거리엔 한국 최고 기록을 보유한 ‘최강실러’를 비롯해 ‘빛의정상’ ‘페르디도포머로이’ ‘감동의바다’ ‘오뚝오뚝이’ 등이 출전한다. 장거리에는 ‘파워블레이드’ ‘원더볼트’ ‘다이나믹질주’ ‘미래영웅’ ‘벌마의꿈’ 등이 달릴 예정이다.

상당수 조교사가 소속마를 한 마리도 출전시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김영관 조교사는 소속마 네 마리(감동의바다, 오뚝오뚝이, 파워블레이드, 트리플나인)의 출전을 확정지어 업계 관심을 모았다.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파워블레이드는 지난해 7월 데뷔전을 치른 뒤 아홉 번 출전해 우승 7회, 준우승 2회를 기록했다. 현 회장은 “메이저리그 경주마들과 경쟁해 토종 경주마의 능력과 가치를 재평가받을 기회”라며 “국제경마연맹(IFHA) 의장, 아시아경마연맹(ARF) 의장, 일본중앙경마회(JRA) 회장 등 세계 경마계 거물을 대거 초청했다”고 설명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