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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의 맥] '낡은 옷' 벗는 물류, 첨단 신산업으로 뛴다

입력 2016-09-09 17:47:29 | 수정 2016-09-09 22:31:58 | 지면정보 2016-09-10 A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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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제도로 시류 뒤처진 물류
시장·정부 협력으로 새 기회 창출
상생의 선순환 통해 신물류 길 열어"

최정호 < 국토교통부 제2차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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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이탈리아 희극배우 펜탈로네가 입어 유명해진 ‘나팔바지’는 1970년대 이후 10년 주기로 유행한다고 한다. 올가을에도 나팔바지가 패션 아이템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한다. 패션은 ‘입는 것’이라는 본질을 유지하며 경제·사회·문화적 맥락에 따라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재탄생하는 가운데 생명을 이어간다.

물류의 본질은 ‘운반’이다. 수단으로 구분하자면 고대에는 작은 배나 수레였고, 근대와 현대로 오면서 자동차나 대형 선박, 열차, 항공기로 물건을 운반하게 됐다. 산업화 시대에는 제조업·무역을 위한 기업 간 거래(B2B) 운반이 대부분이었다.

정보화 시대나 현재의 초연결 사회에서는 급증하는 사이버 거래를 더욱 빠르고 촘촘하게 구현하기 위해 기업·개인 간 거래(B2C) 비중이 커지는 생활물류 시대가 열리고 있다. 특히 온·오프라인(O2O) 서비스가 영역을 넓히는 가운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 디지털과 로봇,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드론(무인항공기), 증강현실(AR) 등이 적용되면서 물류산업은 국경·산업 간 경계를 허무는 대표적인 융·복합 분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물류산업은 그동안 운반이란 본질은 지켰지만 새로운 유행은 창출하지 못하는, 낡고 낙후된 산업으로 여겨져 왔다. 몸에 잘 맞지 않는 ‘제도의 옷’을 입은 탓에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며 새롭게 재해석되거나 재탄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계 시장에서는 아마존이나 알리바바 등 거대 유통기업이 물류 분야까지 진출하면서 전통적인 유통과 물류의 구분을 뛰어넘는 새로운 대유행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유통과 물류를 융합하며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소셜커머스 기업이 불법 논란에 휩싸이는 등 세계의 흐름에 부응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세계 시장의 환경이 급변하고 있지만 일부 운송업체는 물동량 확보라는 본질적 목표보다는 허가권 프리미엄이나 지입료 수익 등에 안주하는 지입전문회사로 전락하고 있다. 그 밖에 불합리한 업종 구분, 경직된 진입제도, 불공정한 지입계약 등 복잡한 갈등 구조와 낡은 관행을 혁신하지 못하면서 한국의 물류산업은 악순환과 경쟁력 저하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말 발표한 ‘화물운송시장 발전 방안’은 물류산업의 80%가량을 차지하는 화물운송시장의 낡은 제도의 옷을 벗겨 시대에 부합하는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방안으로 12년간 묶여 있던 소형 화물차 증차 규제가 완화돼 약 1만3000대의 불법 자가용 차량이 영업용으로 전환되고, 앞으로 매년 5000명가량의 새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수익성은 낮더라도 기존 제도의 울타리 안에서 기득권을 보장받으며 안주할 수 있었던 한계기업들에 비해 경쟁력을 갖춘 융·복합형 혁신 기업들이 물류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스타트업 물류 기업들의 창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입차주의 권리 보호도 한층 강화되며, 저임금에 시달리는 영세 차주·사업자에 대한 지원도 강화된다.

이번 시장 개편 방안 마련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지난 6개월간 토론을 지속해 마침내 그 결실을 맺었다. 한국에 화물운송시장이 생긴 이래 내내 엇박자였던 시장과 정부가 협력해 최초로 큰 갈등 없이 시장 혁신 방안을 도출하는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제는 새 혁신 방안이 안착할 수 있도록 업계 간 양보와 타협을 통해 지속 가능한 상생의 선순환을 창출해야 할 것이다. 업계와 정부가 호흡을 맞추며 시장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간다면 첨단 유행을 확산시키는 신(新)물류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물류시장 발전을 위한 행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최정호 < 국토교통부 제2차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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