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드라마 시청률, 3회 안에 결판"
“3회 안에 시청률을 잡아야 한다. 무조건 초반에 주목받아라.” 요즘 방송가에 도는 이야기다. 최근 각 방송사가 이미 편성된 다른 프로그램을 결방하면서까지 드라마 특별편을 내보내는 경우가 잦아진 이유다.

SBS의 월화 드라마 ‘보보경심 려’는 정식으로 방영을 시작하기 이틀 전인 지난달 27일 ‘미리 보기 특별편’을 방송했다. 드라마의 소재가 된 고려의 역사를 소개하고, 주요 장면을 내보냈다. 1주일 뒤인 지난 3일에는 1~3회의 감독판 재편집본을 연속 편성해 방영했다. 기존 방송 내용을 압축하고, 인물 관계를 설명하는 자막도 새로 넣었다.

동시간대에 편성돼 퓨전 사극 대결을 벌이고 있는 KBS의 ‘구르미 그린 달빛’도 이에 질세라 강수를 뒀다. 경쟁작보다 1주일 앞서 2회 분량을 방영한 이 드라마는 1, 2회 재편집본을 보보경심 첫 방송 시간에 맞춰 편성했다.

"요즘 드라마 시청률, 3회 안에 결판"
이처럼 요즘 드라마 특별편은 방송 초기에 편성된다. 인기 드라마가 막을 내린 뒤 본방송에서 못다 한 촬영장 뒷이야기 등을 풀어놓는 ‘팬 서비스’에 가까웠던 기존의 특별편과 달라진 점이다. 최근엔 이미 방영한 내용을 재편집해 방영하는 게 대세다.

이는 방송 시간대를 바꾸는 식으로는 더 이상 경쟁할 수 없는 방송국들이 찾아낸 고육지책이다. 지상파 3사는 각자 주요 방송을 10분씩 앞당겨 편성하는 식으로 ‘시청률 눈치 싸움’을 했다가 2014년 서로 일정한 방송 시간을 지키기로 합의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떠도는 입소문이 드라마 인기에 큰 영향을 주게 된 분위기도 특별편 편성을 부추기고 있다. 한 케이블 방송국 관계자는 “요즘 시청률은 ‘빈익빈 부익부’의 분위기여서 방송 중반에 시청률이 갑자기 오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정식 방영 전부터 드라마의 ‘짤(주요 장면을 움직이는 사진 파일로 만든 것)’이나 명대사, 시청자들의 기대평을 SNS에 퍼뜨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고 말했다.

한 지상파 방송국의 PD도 “특별편 방송과 편성표 조정이 이전보다 훨씬 유연해졌다”며 “초반 시청률이 낮으면 밤새 재편집을 하든 새로운 설명을 더 하든 온갖 방법을 써서 눈길을 끌어야 한다는 것이 요즘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특별편 방송이 시청률 탈환에 도움이 될까. 특별편 방송 후 지난 5일 보보경심의 시청률은 오히려 떨어져 자체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4월 감독판 특별편을 내보낸 SBS 수목드라마 ‘딴따라’도 비슷한 결과를 냈다. 1~2회 방송 내용에 미공개 장면을 추가하고 장면을 재배열해 방송했지만, 시청률 반등에 성공하지 못하고 동시간대 시청률 꼴찌로 종영했다.

KBS가 지난 6월 방영한 ‘뷰티풀마인드’도 ‘특별편 효과’를 보지 못한 채 당초 기획한 16회에서 14회로 바꿔 조기 종영했다. 이 때문에 “편성표를 바꾸기보다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주는 내용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