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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마라, 나에게는 너희가 조선이다"

입력 2016-09-09 18:42:00 | 수정 2016-09-10 06:41:34 | 지면정보 2016-09-10 A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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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고증·최수종 열연·명대사·영화같은 액션
KBS '임진왜란 1592' 시청률 '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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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 가장 먼저 배에 타서 가장 나중에 배에서 내리는 것이다.”

지난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회자된 이순신 장군의 ‘명대사’다. 사천해전에서 승리한 뒤 부하들이 “장수가 전장에서 가장 선봉에 서는 것은 어느 병법에서도 금기시하는 것이니 제발 다음에는 후방에 서십쇼”라고 읍소하자 이순신 장군(최수종)이 한 말이다. 한 네티즌은 “지금 전쟁이 터지면 최전선에서 싸우다 죽을 지도자가 몇이나 될까”라며 “요즘 같은 세상에 오직 민초들을 위해 싸운 이순신 장군의 말이 주는 울림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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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와 중국 CCTV가 공동 제작한 5부작 드라마 ‘임진왜란 1592’가 화제다. ‘구르미 그린 달빛’ ‘달의 연인’ 등 역사적 사건을 말랑말랑한 사랑 이야기로 풀어낸 ‘퓨전 사극’이 유행처럼 이어지는 가운데 이 드라마는 철저한 고증을 거친 ‘팩추얼 드라마(다큐+드라마)’를 표방하고 있다. 그 흔한 러브스토리도, 각종 음모와 계략도 등장하지 않지만 1회 시청률 9.2%, 2회 시청률 8.1%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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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임진왜란 1592의 흥행 비결로 △철저한 고증을 거친 탄탄한 극본 △정통사극 경험이 풍부한 최수종의 열연 △작품을 관통하는 메시지 △영화 같은 해상전투 장면 등을 꼽는다. 그 어떤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역사적 사실을 ‘정공법’으로 다뤄 시청자들의 마음에 묵직한 감동을 준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순신 장군을 다룬 드라마나 영화와는 다른 부분도 많다. 많은 드라마에서 거북선이 먼 거리에서 발포한 것으로 묘사한 데 비해 이 드라마에선 ‘근거리 직사포’를 쏜다. 출렁이는 바다 위에서 원거리 타격을 하는 것은 현대전에서도 매우 어려워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돌격장 이기남(이철민)이 이끄는 거북선(귀선)은 적진이 임박해서야 포를 쏜다. 진격하는 왜군을 향해 다가가며 관측병이 “200보, 100보, 50보…”라고 소리치는 긴박한 모습은 지금까지는 보지 못한 장면이다.

이 드라마의 유일한 가상 인물은 단역 ‘막둥이 아버지’다. 이 역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캐릭터를 부여했다. “조선 수군이 접근하더라도 뒤쫓아 가지 마라” “조선 수군과의 해전을 금지한다” 등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대사는 대부분 사료에 나온 말들로 채웠다. “《근세 일본 국민사》에서는 한산대첩을 도요토미에 대한 사형선고로 평가한다” 등의 내레이션으로 중립적인 관점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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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옥같은 대사도 시청자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출격을 앞두고 이기남은 말한다. “돌보아야 할 자식들이 있는 자, 홀어머니를 모셔야 하는 자, 내일을 살고 싶은 자들, 지금이 마지막 기회야, 귀선에서 내려.” 하지만 민초들은 죽은 가족을 떠올리며 손바닥에 핏방울이 맺히도록 노를 저었다. 선조는 백성을 버리고 피란길에 올랐고, 조선 8도가 왜군의 발에 짓밟힌 뒤였다. 적군의 압도적인 전력에 술렁이는 부하들에게 이순신 장군은 “죽지 마라. 나에게는 너희가 조선이다”고 말한다.

최수종은 과도하게 포장된 영웅적인 카리스마를 덜어내고 한 사람의 지도자로서 모습과 고뇌를 그려내는 데 집중했다. 지금까지 ‘근엄한 지휘관’으로 그려진 것과는 달리 타고난 무인으로서 역동적인 모습을 부각했다. 최수종과 이건문 무술감독은 “육전의 경험이 많았던 이순신 장군이라면 배 위에서 어떻게 싸웠을까”를 고민했다고 한다. 흔들리는 배 위에 총탄이 쏟아지는 가운데 민첩하게 적진에 화살을 쏘는 장면은 그렇게 탄생했다.

‘역사 스페셜’ ‘추적 60분’ 등을 연출한 김한솔 PD가 1~3부를, 박성주 PD가 4~5부를 맡았다. 1~3부는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중심으로, 4~5부는 명나라 군이 투입되면서 벌어지는 조선과 명나라의 연합작전 위주로 그린다. 김 PD는 “사실을 나열한 뒤 이야기를 만들다 보니 막히면 다시 시작해야 했다”며 “1회 대본 수정본만 228개가 있을 정도로 철저하게 고증했다”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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