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9일 기준금리를 석 달째 동결했다.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데다 미국 금리 인상 변수까지 떠오른 만큼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판단이다. 국내 경기가 최악을 벗어나고 있다는 낙관론도 조심스레 나왔다. 금리 인하 명분이 예전에 비해 약해지면서 시장에선 ‘연내 금리 동결’ 관측이 부쩍 늘었다.

◆미 금리 인상이 변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한은 금통위는 이날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25%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국내 경제가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가계부채 급증과 연내 미 금리 인상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도 있어 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금리 인하 이후 시장에선 추가 인하 기대감이 높았다. 2분기 경제성장률이 3분기째 0%대였고 산업 구조조정 탓에 경제심리도 악화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위기는 최근 동결 쪽으로 바뀌었다. 지난달 26일 재닛 옐런 미 중앙은행(Fed) 의장 등이 연내 금리 인상을 시사한 영향이 컸다. 한은이 섣불리 금리를 내렸다간 미국과의 금리 차가 줄어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 이 총재는 “미 금리 인상은 신흥국의 자금 유출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완만하나마’를 뺀 이유

가계부채는 2분기 말 1257조원(가계신용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를 또 경신했다. 저금리의 그림자다. 이 총재는 지난달 11일 금통위에서 정부의 가계부채 억제정책이 성과를 못 내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지난달 25일 정부가 추가 대책을 내놓은 만큼 이 총재는 이날 “가계부채 급증세가 어느 정도 완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이 총재는 “7월 중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로 감소했던 소비 외에 투자도 8월에는 반등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지난달 경제 전망 때의 성장경로에 부합하는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금통위가 발표한 ‘통화정책방향’에도 긍정론이 미세하게 반영됐다. ‘내수는 완만하나마 개선 움직임(7월)’이란 표현에서 이번엔 ‘완만하나마’가 빠졌다.

이 총재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여파를 놓고 “정부 조치가 원활히 추진되면 거시경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달 말 시행될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김영란법)’에 대해선 “서비스업 수요가 단기 위축될 수 있지만 경제주체 대응에 따라 영향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만장일치…힘 빠진 인하론

금리 동결은 만장일치였다. 석 달째 이견 없는 동결이란 점에 시장은 주목했다. 박혁수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한은은 성장률 하락보다는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위험에 더 초점을 두고 있다”며 “다음달 한은 경제전망에서도 지난 7월의 성장률 전망치(연 2.7%)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르면 다음달 금리 인하를 점친 전문가들은 이날 ‘연내 금리 동결’ 전망으로 잇따라 돌아섰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연말 미 금리 인상이 이뤄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한은이 인하에 나서긴 어렵다”며 “금통위가 금리 동결의 명분을 쌓아 가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 기대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김명실 KB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저물가 지속, 수출 부진에 따라 성장률이 더 떨어질 수 있다”며 “한은이 다음달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고 4분기 중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이 추가 완화에 나선다면 한은의 금리 결정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