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LG전자 생산법인에서 직원들이 제품을 조립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LG전자 생산법인에서 직원들이 제품을 조립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러시아 최대 가전유통업체 엠비데오의 모스크바 매장. LG전자가 지난 8월부터 프리미엄 브랜드 시그니처의 OLED TV를 내놨지만 지난 5일 방문한 매장에선 찾아보기 어려웠다. 다섯 개 매장에만 시범적으로 출시했는데 한 곳을 빼고는 모두 팔렸기 때문이다. 김효열 LG전자 러시아법인 세일즈마케팅전략팀장은 “아직 본격적인 마케팅을 하지 않아 소량만 시장에 내놨는데도 기대 이상으로 팔려 나가고 있다”며 “러시아 경제가 어렵지만 부유층의 수요는 크게 줄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LG전자 러시아법인은 연말까지 시그니처 세탁기와 냉장고를 선보이고 프리미엄 브랜드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서방 제재와 유가 하락 등으로 러시아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무모해 보이기도 한다.

이 같은 전략의 이면에는 러시아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판단이 있다. 송대현 LG전자 CIS지역대표(부사장)는 “러시아 월드컵이 내후년으로 다가오면서 정부가 건설업종을 중심으로 다시 돈을 풀고 있다”며 “다른 전자업체가 러시아 시장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지금이 시그니처를 중심으로 LG전자의 브랜드를 널리 알릴 기회라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 모스크바 곳곳에는 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이 열린 메인스타디움도 월드컵에 맞춰 리모델링하고 있다.

LG는 러시아에서 구축하고 있는 기업에 대한 신뢰와 브랜드 가치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 모스크바 인근 루자 지역의 LG전자 공장은 금융위기로 러시아 경제가 어려웠던 2009년 이후에도 94억달러를 투자했다. 협력업체까지 포함해 4000명의 일자리를 만들었으며 헌혈 캠페인 등 사회공헌 사업도 펼치면서 좋은 이미지를 얻었다.

LG전자는 최근 러시아 시장조사기관 Gfk의 조사에서 비보조 인지도가 99.3%에 이르렀다. “가전제품 중 어떤 브랜드를 알고 있나”라는 질문에 러시아인의 99.3%가 LG전자를 떠올린다는 의미다. 전문가와 소비자 15만여명이 선정한 ‘러시아 국민브랜드’에도 LG전자의 에어컨, 모니터, 전자레인지 등 다섯 개 제품이 올랐다.

모스크바=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