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배터리 배제한 삼성
삼성전자는 다급한 상황이다. 갤럭시노트7 리콜에 나선 이후 새 배터리 공급사를 찾고 있다. 기존 두 곳 중 폭발 원인을 제공한 관계사 물량을 빼고 중국 ATL의 주문을 늘렸다. 하지만 원활한 리콜과 판매 확대를 위해선 한 곳의 공급사가 더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중국과 일본 배터리 제조업체에 납품 가능 여부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제외했다. LG화학은 삼성SDI와 함께 배터리업계 정상을 달리는 회사다. 특히 노트7에 들어가는 파우치형 배터리에서 최고 기술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삼성SDI는 각형을 주로 제조하지만 LG화학은 대부분 파우치형이다.

삼성과 LG그룹 간 라이벌 의식 탓에 고려 대상에서 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노트7 배터리 추가 공급은 일본이나 중국 업체가 맡게 될 공산이 크다.

이런 상황은 디스플레이 부문에서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TV 시장에서 10년째 1위인 삼성전자 TV는 디스플레이업계 1위인 LG디스플레이 패널을 쓰지 않는다. 과거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서로 생산하지 않는 크기의 패널을 교차판매하는 방안을 협의한 적이 있지만 이뤄지진 않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 상반기 신기술을 도입하려다 어려움을 겪어 삼성전자에 패널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중국과 대만에서 패널을 구입해 문제를 해결했다.

삼성과 LG가 협력하지 않는 건 1960년대부터 경쟁해온 탓이다. 1968년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전자회사를 해보겠다’고 하자 사돈인 구인회 LG 창업주가 벌컥 화를 낸 이후 두 그룹은 곳곳에서 반목했다.

삼성전자가 당장 LG화학에 노트7용 배터리를 주문한다 해도 그동안 협력 관계가 없어 기술적 측면에서 공급이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관계를 구축해 놓으면 앞으로 많은 상생 기회를 일궈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전자업계는 위기를 맞고 있다. 스마트폰 TV 가전뿐 아니라 디스플레이 반도체에서도 중국의 추격이 거세다. 중국 칭화유니와 화웨이 BOE 등은 엄청난 정부 지원을 업고 삼성과 LG를 추격 중이다. 양사가 협력해 약점을 보완한다면 좀 더 오래 전자산업의 주도권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