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야디(BYD), 지리 등 현지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중국 전기자동차 시장에 독일 폭스바겐그룹과 다임러가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해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떠오른 데다 중국 정부가 휘발유·경유차 규제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어 손을 놓고만 있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폭스바겐그룹은 지난 7일 본사가 있는 독일 볼프스부르크에서 중국 장하이자동차(JAC)와 전기차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중국에 합작법인을 세우고 전기차 연구개발, 생산, 판매에 협력하는 내용이다. 양사는 출자액과 공장 규모 등 구체적인 내용을 협의해 5개월 이내에 정식 계약을 맺기로 했다.

FT는 “폭스바겐은 지난해 배출가스 조작 사건 여파로 미국과 유럽에서 소비자의 외면을 받고 있어 중국 시장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설명했다. 폭스바겐은 올 1~7월 전체 해외 판매량의 36%에 해당하는 220만대를 중국에서 팔았다. JAC는 중국에서 아홉 번째로 큰 완성차업체다. 전기차 시장에도 진출했지만 점유율 6%로 BYD(35%)와 지리(15%) 등에 밀리고 있다.

다임러도 중국 전기차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후베르투스 트로스카 다임러 중국담당 이사는 이날 베이징에서 열린 투자자 콘퍼런스에서 ‘메르세데스벤츠’ 브랜드로 중국에서 전기차를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임러는 경차 브랜드인 ‘스마트’로만 한 종류의 전기차를 중국에서 팔고 있다. 그는 “시간이 흐르면 전기차 시장에서도 고급 브랜드 수요가 늘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에선 지난해 33만대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가 팔렸다. 대기 오염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보조금 지급 등으로 전기차산업을 육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니엘 슈워츠 메인퍼스트은행 애널리스트는 “중국 정부가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대도시에서 휘발유·경유차 규제에 나설 수 있다”며 “하룻밤 사이에 거대한 전기차 시장이 열릴 수도 있다”고 전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