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는 미국이 한국산 세탁기에 부과한 반덤핑 관세가 협정 위반이라고 최종 판단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8일 “미국이 2012년 한국산 세탁기에 부과한 9~13%의 반덤핑 관세는 제로잉 적용을 금지한 반덤핑 협정 위반이라고 WTO 상소기구가 최종 판정했다”고 발표했다.

제로잉은 수출가격이 내수가격보다 낮을 때(덤핑)만 합산하고 수출가격이 내수가격보다 높을 때(마이너스 덤핑)는 마진 계산에 반영하지 않고 ‘0’으로 처리해 전체 덤핑마진을 부풀리는 것이다. 미국이 덤핑 관세를 매길 때 ‘전가의 보도’처럼 써온 이 계산 방식이 WTO에서 협정 위반이라는 판정을 받은 것이다.

제로잉이 문제가 되자 미국은 한국산 세탁기에 관세를 매길 때 전체 물량이 아니라 특정 시기, 특정 지역에서 수입 판매된 물량만 대상으로 덤핑마진을 선정하는 표적덤핑 방식을 적용해 제로잉과 결합했다. 2012년 블랙프라이데이에 판매된 한국산 세탁기를 문제삼은 게 대표적이다.

한국 정부는 미국이 한국산 세탁기에 표적덤핑과 제로잉을 결합해 높은 관세를 부과하자 2013년 8월 WTO에 제소했다. 반덤핑 분쟁에서 1차 심리를 하는 WTO 패널(소위원회)은 올 3월 한국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미국의 상소로 2차 심리를 맡은 WTO 상소기구도 이날 1차 패널보고서를 대부분 그대로 인용했다.

앞으로 미국은 WTO 분쟁해결기구(DSB)의 권고·결정에 대한 이행 계획을 보고하거나 완전 이행 때까지 보상에 대한 협상을 벌여야 한다. 산업부는 “WTO가 이달 말 상소기구 보고서를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WTO 협정은 분쟁 당사국이 달리 합의하지 않는 한 이행기간을 최대 15개월로 제한하고 있어 미국은 늦어도 2017년 말까지 판정을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