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미지의 외계문명 향해 쏘아올린 '지구의 소리'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2번 1악장,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 중 ‘밤의 여왕 아리아’, 베토벤의 교향곡 5번 ‘운명’ 1악장,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중 ‘신성한 춤’.

이들 음악의 공통점은? 다양한 답이 나올 수 있겠다. 그중 하나는 혹시라도 존재할지 모르는 외계문명이 2012년 태양계를 벗어난 우주탐사선 보이저호를 발견한다면 가장 먼저 듣게 될 지구 음악이라는 것이다. 1977년 발사된 보이저 1·2호는 영원히 지구로 돌아오지 않는 탐사선이다. 현재 인류가 제작한 인공물 중 지구에서 가장 먼 거리(201억9000만㎞)에 있다. 두 탐사선 겉면에는 지름 30㎝의 금박을 씌운 LP레코드가 붙어 있다.

《지구의 속삭임》은 인류가 미지의 외계 문명에 보내는 메시지를 담은 ‘보이저 골든 레코드’가 기획되고 제작돼 우주로 보내지기까지의 이야기를 한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처럼 담아냈다. 올해 20주기를 맞은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골든 레코드’를 기획·제작한 주인공이다. 레코드판엔 지구를 대표하는 음악 27곡, 55개 언어로 된 인사말(한국어 ‘안녕하세요’도 실렸다), 지구와 생명의 진화를 표현한 소리 19개와 사진 118장 등이 수록돼 있다.

세이건에 따르면 이 레코드가 정말로 우주의 누군가에게 가 닿을 확률은 0%에 가깝다. 하지만 프로젝트 참가자들은 레코드 제작을 진지한 과제로 여겼다. 곡 목록만 보면 불만을 표시할 수도 있겠다. ‘바흐는 세 곡이나 있는데 내가 좋아하는 브람스나 바그너는 왜 없지?’ ‘중국·일본 전통음악은 있는데 아리랑은 왜 빠진 거야’ 하고 말이다. 문화적 편향이 드러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제작자들이 빠듯한 시간과 한정된 여건에도 자신들만이나 미국만이 아니라 인류 전체의 초상을 그리려고 애쓴 노력은 인정할 만하다.

세이건은 현생 인류가 사라진 뒤에라도 레코드의 메시지가 소통할 수 있는 영생을 얻기를 바랐다. 그는 맺음말에 이렇게 썼다. “메시지가 엉뚱하게 해석될 가능성이야 얼마든지 있지만, 어쨌든 그들(외계 생명)은 분명히 알 것이다. 우리가 희망과 인내를, 최소한 약간의 지성을, 상당한 아량을, 그리고 우주와 접촉하고자 하는 뚜렷한 열의를 지닌 종이었다는 사실을.” 레코드판에 실린 모든 음악과 녹음 인사말은 골든레코드 홈페이지(goldenrecord.org)에서 들을 수 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