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CEO & Issue focus] '중국판 넷플릭스'러에코 자웨팅 CEO, '중국판 엘론 머스크'로 불려
미국에 넷플릭스가 있다면 중국에는 러에코가 있다. 러에코는 ‘중국판 넷플릭스’로 불린다. 중국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이 러에코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러에코는 혁신성에서도 넷플릭스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러에코를 창업한 사람은 탄광촌의 한 가난한 청년이었다. 그의 이름은 자웨팅(43). 대학을 졸업한 뒤 처음 얻은 직업이 기술직이었다. 기술에 흥미를 느낀 그는 연달아 기술 기업을 창업했다. 그중 하나가 러에코였다. 중국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을 제패한 러에코는 이제 세계로 뻗어 나가기 위해 활발한 인수전을 펼치고 있다. 인수전은 사업 분야 확대를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자웨팅은 여러 분야를 육성해 자사 제품만으로 하나의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세무국 직원, 사업가 되다

자웨팅은 1973년 중국 산시성 샹펀현의 한 탄광촌에서 태어났다. 가난한 집안 환경 탓에 주말에는 제철소에서 일하곤 했다. 그를 가난에서 구출해준 건 다름 아니라 ‘기술’이었다.

이야기는 산시성 세무국에서 시작된다. 22세에 그는 산시성의 한 대학을 졸업한 뒤 세무국 기술지원직으로 일을 시작했다. 내부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게 임무였다. 그곳에서 처음 기술 관련 일을 했다. 하지만 그가 세무국 직원으로 일한 건 1년이 채 되지 않는다. 세무국을 나와 기술 컨설팅 기업을 차렸다.

이후 러에코의 전신인 ‘러스(樂視)’를 세우기까지 자웨팅은 두 개 회사를 창업했다. 모두 기술이 바탕이 된 기업이었다. 그의 친구는 기술 기업의 진입장벽이 높고, 위험성도 크다며 말렸다. 하지만 그는 정보통신산업이 중국에서 떠오르는 신산업이 될 것이라고 판단해 포기하지 않았다.

자웨팅은 2002년 헤드셋 유통 기업인 시노텔테크놀로지를, 2003년에는 또 다른 기술 기업 엑스벨유니온(시에벨테크놀로지의 전신)을 창업했다. 두 기업은 각각 2008년과 2007년 싱가포르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그의 창업 의욕은 꺾일 줄 몰랐다. 2004년 온라인 콘텐츠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러스를 세웠다. 동영상과 TV 프로그램 등을 볼 수 있는 플랫폼인 러TV(Letv.com)를 운영하는 회사였다. 이 시기 그는 매년 한 개꼴로 창업했다.

‘중국판 넷플릭스’ 러TV 세워

2004년 11월, 자웨팅은 기자였던 류훙을 만나 함께 중국 베이징 중관춘과학기술단지에 러스를 세웠다. 러스는 자사 플랫폼을 통해 가입자에게 비디오 콘텐츠와 게임 등을 제공했다. 중국 최초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이었다.

과거 중국 콘텐츠 시장을 기억할 때 ‘해적판 콘텐츠’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제값을 주지 않고 불법적인 경로로 복제된 콘텐츠를 유통하는 방식 말이다. 러스가 운영하는 콘텐츠 플랫폼인 러TV는 저작권료를 주고 사들인 적법한 경로로 콘텐츠를 제공한다. 러TV의 매출은 유료 콘텐츠 판매와 광고 수입 등으로 이뤄져 있다. 가입자들은 무료 회원과 유료 회원으로 구분된다. 해적판 콘텐츠가 주름잡고 있던 중국 시장에서 유료 콘텐츠 시장을 연 것이다.

중국 사람들이 과연 돈을 내고 콘텐츠를 보려 할까. 의문을 갖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러TV는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에도 러TV는 건재했다. 1년 전에 비해 매출은 100% 증가했고, 그해 8월 770만달러(약 85억원)를 투자받았다. 러TV는 “중국 사람들이 집에 머물며 영화를 보는 것을 선호하기 시작했고, 여가시간을 보내기 위해 적은 돈을 낼 여유는 생겼기 때문”이라고 성장 요인을 설명했다.

창업 초기 10여명에 불과하던 직원은 1만4000여명으로 늘었다. TV 프로그램 10만편, 영화 프로그램 5000편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기준 시가총액은 120억달러(약 13조3000억원)에 달한다. 지역도 확장하고 있다. 베이징 본사뿐 아니라 홍콩과 미국 로스앤젤레스, 실리콘밸리 등에 지역 본사를 두고 있다. 영향력이 커지면서 세계 최대 유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인 넷플릭스의 이름을 따 ‘중국판 넷플릭스’로 불리기 시작했다.

사업 부문 확장해 ‘생태계’ 구축

올 1월 자웨팅은 사명을 ‘러에코(LeEco)’로 바꿨다. 중국어로 ‘즐거운(Le)’이라는 의미와 영어 ‘생태계(ecosystem)’를 합친 즐거운 생태계(Le ecosystem)의 약자다. 러에코의 플랫폼, 콘텐츠, 하드웨어, 기기로 이뤄진 하나의 생태계 안에서 소비자들이 모든 소비를 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의미다.

러에코는 자사 네트워크로 구성된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뿐 아니라 TV와 휴대폰 제조, 전기차 생산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미국 TV 제조사인 비지오(Vizio)를 20억달러에 인수했다. 소프트웨어 시장을 점령한 데 이어 하드웨어 시장까지 넘보기 시작한 것이다. 글로벌 TV 시장에서 5위권에도 들지 못하던 러에코는 이번 인수로 단숨에 3위로 뛰어올랐다.

러에코는 또 비지오 인수를 통해 미국 시장까지 넘보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자웨팅은 “비지오를 인수한 것은 북미 시장에서 우리의 입지를 굳히고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데 중요한 진전”이라며 미국 시장 진출에 대한 포부를 나타냈다.

지난달 러에코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인 쿨패드 지분 28.9%를 매입해 대주주가 됐고, 자웨팅은 쿨패드 공동 회장으로 올라섰다. 스마트폰 시장까지 잡겠다는 포석이다. 러에코는 쿨패드의 23년에 이르는 휴대폰 제조 노하우와 러에코가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 강점을 접목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자웨팅은 최근 새로운 시장인 전기자동차에 눈을 돌리고 있다. 러에코는 지난 4월 대주주로 있는 미국 전기차 기업 패러데이퓨처와 협력해 만든 전기차 ‘러시(LeSee)’를 공개했다. 자율주행 기능이 포함돼 있으며 최고 시속이 200㎞까지 도달한다. 자웨팅의 목표는 전기차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테슬라를 잡는 것이다. 그는 “러시는 모든 면에서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S를 능가할 것”이라며 “가격도 파격적인 수준으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행보에 자웨팅은 최근 ‘중국판 엘론 머스크’로 불리고 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