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상대책회의 연 화주협의회 > 7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한진해운 사태 관련 긴급 화주협의회에서 김인호 한국무역협회 회장(왼쪽 두 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 비상대책회의 연 화주협의회 > 7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한진해운 사태 관련 긴급 화주협의회에서 김인호 한국무역협회 회장(왼쪽 두 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한진해운발(發) 물류대란’을 해결하려면 전 세계 해상에 발이 묶여 있는 한진해운 선박을 인근의 안전한 항만으로 이동시켜 화물을 내릴 수 있도록 하역비를 지원하는 게 급선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1000억원에서 3000억원가량으로 예상되는 이 비용을 정부나 채권단, 한진그룹 중 누가 내느냐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조속히 매듭짓지 않으면 물류대란 장기화로 국내 수출입 기업(화주)들의 피해가 커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1000억원으론 해결 안돼

[기로에 선 한국 해운산업] "정부든 한진이든, 하역비 긴급 투입해 컨테이너부터 내려야"
한진그룹은 조양호 회장의 사재출연과 계열사인 대한항공을 동원해 1000억원을 내기로 했다. 대형 로펌의 해운전문 변호사는 “한진그룹이 내기로 한 1000억원은 당장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수준”이라며 “육상운송이나 추가 환적지 비용 등은 화주가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1000억~2000억원가량의 추가 비용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창준 법무법인 세경 대표변호사는 “한진그룹이 1000억원만 내기로 한 현재 상태가 지속된다면 물류대란이 해소되는 데 1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며 추가 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가 추산한 물류대란 해소 비용은 1700억원이다. 과거 삼호해운 회생관리인을 맡았던 이종민 인터오션MS 사장은 “각국 법원의 압류금지명령이 떨어지고 하역비를 한진해운이 낸다고 하더라도 배를 접안시키는 데까지 필요한 예도선 비용, 래싱(컨테이너 고정 작업)·줄잡이(접안 선박 고정 작업) 비용, 항만료, 운송비 등을 모두 현금으로 내야 운송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이 하역료만 낸 것에 불만을 품은 다른 채권자들이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감안하면 비용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한진그룹, 누가 지원해야 하나

정부와 채권단은 화주와 계약한 한진그룹이 이번 물류대란의 책임을 지고 모든 비용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진그룹이 담보를 내고 요청할 경우 1000억원가량의 자금 지원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 사장은 “한진그룹이 법적으로나 도의적으로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기존에 내기로 했던 4000억원도 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진그룹이 돈이 없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를 신청한 만큼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 변호사는 “한진그룹이 또 지원에 나설 경우 배임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의 지원을 촉구했다. 권성원 법률사무소 여산 변호사는 “정부가 한진해운 물류대란을 해소하지 못해 겪게 될 글로벌 해운업계의 불신 비용과 비교해 보면 자금을 지원하는 게 결코 손해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정부가 은행권 보증을 통해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정부가 채권단에 보증하면 채권단이 이를 바탕으로 법원의 허가를 얻어 ‘DIP파이낸싱(회생절차 후 대출)’을 해주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진해운의 미래는

정부나 채권단 혹은 한진그룹이 물류대란 해소를 위해 추가로 돈을 지원할 경우 회수는 가능할까. 전문가들은 한진해운이 살아난다면 투입금 가운데 상당 부분을 회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형 로펌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비록 주력 매출처인 북미노선을 잃을 수 있지만 나머지 노선에선 재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법원이 경제적 파장을 고려해 한진해운에 회생 결정을 내릴 때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상당수 화주가 등을 돌린 상태여서 파산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많다.

이 사장도 “한진해운이 파산할 가능성이 높아 ‘청산형 회생계획안’ 마련이 불가피하지만 영업망을 분할 매각해 이를 현대상선이 사준다면 채권단도 상당한 채권을 회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성원 변호사는 “한진해운의 주요 노선별 운송 노하우는 큰 무형의 자산”이라며 “영업망이 무너지기 전에 법원이 조속히 우량 자산을 매각해 현대상선이 이를 흡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