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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롯데 사태와 평판 사회

입력 2016-09-07 18:05:43 | 수정 2016-09-08 05:21:15 | 지면정보 2016-09-08 A3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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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준 생활경제부 차장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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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시간이 왔다.’ 지난 6월 검찰 직원 수백명이 롯데그룹을 압수수색했다는 소식을 듣고 머리를 스친 생각이었다. 경영진과 직원, 기업의 운명을 검찰에 맡겨야 하는 상황. 예상대로였다. 압수수색은 계열사로 확대됐고, 경영진은 줄줄이 소환됐다. 전문경영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아픈 일도 있었다. 오너들도 곧 검찰 조사실로 가야 한다. 롯데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인 호텔롯데 상장은 좌절됐다. 골프장도 미사일 기지로 내놓기 직전에 몰렸다. 검찰의 시간은 그렇게 석 달이 흘렀다.

동정 못 받는 롯데그룹

검찰 수사가 ‘정치적 기획’이었다는 주장에 동의할 생각은 없다. 다만 그 전날인 6월9일까지 한국 사회를 달궜던 이슈들을 그 후 며칠간 롯데가 모두 삼켜버린 것은 분명하다. 전·현직 검사장을 둘러싼 추문과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분노, 섬마을과 강남역에서 발생한 여성을 상대로 한 흉포한 범죄, 조선사 부실 등이 그것이다. 검찰이 정치적 선택을 한 것이라면 성공적이었다고 할 만했다. 오래된 정치적 격언을 제대로 이행했으니. “우리 집에 불이 나면 불 끌 생각을 하지 말고, 남의 집에 불을 붙여라.”

검찰 수사만큼이나 당황스러웠던 것은 주변의 반응이었다. “한번은 그럴 줄 알았어.” “결국 한국에서 번 돈을 일본에 가져간 거 아니냐.” “그동안 너무 짜게 굴었지 뭐.” “삼성이 무너지면 대체할 기업이 없지만 롯데는 다른 기업이 있잖아.”…. 기업인, 직장인, 정치인 가릴 것 없었다. 기자들도 그랬다. 검찰의 과도한 수사를 지적했지만, 롯데 편을 드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많은 이들은 롯데를 ‘협력업체를 쥐어짜고, 직원들을 제대로 대접하지 않는 기업’으로 인식한다. CCTV로 야구 선수들을 감시하고, 비행기 항로를 바꿔가며 초고층 건물을 짓는 회사란 이미지도 박혀 있다. 한국인들의 롯데에 대한 코드는 ‘손해’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물론 일반인들의 인식은 객관적 사실과는 차이가 있다. 다른 대기업에서 롯데로 이직한 직원들의 만족도는 생각보다 높았다. 출산휴가 기간 중 승진발령을 받은 여직원이 있을 정도로 기업문화도 바뀌고 있다. 롯데는 1년에 국내에만 13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일본에 배당하는 금액은 영업이익의 0.2%에 불과하다. 과거 보수적이던 롯데를 2세 신동빈 회장이 바꿔가면서 나타난 변화다.

하지만 이런 롯데의 변화를 느끼는 국민들은 별로 없었다. 수사가 정치적이었다고 가정하면 검찰은 이런 여론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저항의 강도도 생각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여론도 검찰 편이었다. 누구도 걱정해주지 않는 롯데의 비극이었다.

평판이 기업운명 가르는 시대

수전 피스크 미국 프린스턴대 심리학과 교수는 “현대사회에선 기업과 브랜드가 곧 인간”이라고 했다. 인간이 인간을 선택하는 것처럼 기업과 브랜드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그 기준은 따뜻함과 유능함이라고 했다. 따뜻함은 나를 생각해주는가에 대한 것이며, 유능함은 그 생각을 실행할 능력이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롯데는 유능했는지 모르지만 따뜻하지는 않았다. 동정여론이 없었던 이유다.

따뜻함과 유능함에 대한 여론은 평판으로 나타난다. 검찰 수사 후 롯데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그동안 쌓아놓은 평판을 걷어내고 다시 쌓는 것이다.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평판이 기업의 운명을 좌우하는 사회가 왔다.

김용준 생활경제부 차장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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