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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구의 비타민 경제] 진실의 경제학

입력 2016-09-07 18:10:02 | 수정 2016-09-08 05:22:08 | 지면정보 2016-09-08 A3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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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구 <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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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필자는 명탐정 셜록 홈스의 팬이었다. 타고 남은 담뱃재에서 범인의 인상을 추리하고, 신발창의 흙을 보고 어느 지역 사람인지를 추측하는 능력에 탄복했다. 그런데 홈스가 요즘 태어났다면 명탐정이 되기 힘들었을 것이다. CSI 등의 드라마에 나오는 과학 수사대가 홈스보다 몇백 배 더 정확한 분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범인을 잡기 위해서는 뛰어난 추리도 필요 없는 시대가 됐다. 폐쇄회로TV(CCTV)만 확인해 보면 범인이 누구이고 어디로 도주했는지를 바로 알 수 있다. 우리는 명탐정 홈스의 활약은 기대할 수 없지만, 범죄자 체포율은 확실히 높아진 시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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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경제학자의 일 중에도 명탐정 홈스와 같은 성격의 것들이 많다. 소득이나 재산을 속여서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들을 어떻게 찾아내서 세금을 받아내는가도 경제학의 큰 문제다. 더 나아가 어떻게 세금을 거둬야 사람들이 세금을 회피하기 어려운가도 연구 대상이다. 실업자나 빈곤층은 도와줘야 하지만, 일을 할 수 있지만 일하지 않는 가짜 실업자나 가난하지 않으면서도 정부의 빈곤 지원을 받는 사람들로 인해 세금이 낭비되는 것을 막는 것도 경제학의 큰 연구 주제다. 기업이나 정부 등 조직에서 일하면서 윗사람 모르게 게으름을 부리거나 더 나아가서 조직의 돈을 훔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런 사람들의 행동을 막는 것도 경제학이 고심하는 문제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어 주는 것을 기업이 주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열심히 일하던 비정규직도 정규직으로 바꾸면 쫓겨날 걱정이 없어져서 일을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정규직이 되고도 비정규직처럼 열심히 일을 한다는 보장이 있다면 정규직으로의 전환도 더 쉬워질 것이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경제학자들의 이런 고민이 조금씩 해결되고 있다. CCTV로 금전출납기에서 돈을 훔치는 사람이나 자리를 비우고 일을 하지 않는 직원도 적발할 수 있게 됐다. 미래에는 인간의 두뇌에 전자 칩을 꽂아 놓고 매일 퇴근할 때 스캔하면 그 직원이 그날 얼마나 일을 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장비가 나올지도 모른다. 두뇌 스캔으로 증명된 업무량만큼 급여를 주면 기업도 마음 놓고 정규직을 채용하게 될 것이다. 학교에서는 시험을 보는 대신 두뇌의 칩을 스캔해 학점을 줄 수도 있다. 그런 날이 오면 지금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는 경제학의 상당 부분이 필요 없어지고 오직 경제사의 한 항목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한순구 <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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