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구의 비타민 경제] 진실의 경제학
범인을 잡기 위해서는 뛰어난 추리도 필요 없는 시대가 됐다. 폐쇄회로TV(CCTV)만 확인해 보면 범인이 누구이고 어디로 도주했는지를 바로 알 수 있다. 우리는 명탐정 홈스의 활약은 기대할 수 없지만, 범죄자 체포율은 확실히 높아진 시대에 살고 있다.
알고 보면 경제학자의 일 중에도 명탐정 홈스와 같은 성격의 것들이 많다. 소득이나 재산을 속여서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들을 어떻게 찾아내서 세금을 받아내는가도 경제학의 큰 문제다. 더 나아가 어떻게 세금을 거둬야 사람들이 세금을 회피하기 어려운가도 연구 대상이다. 실업자나 빈곤층은 도와줘야 하지만, 일을 할 수 있지만 일하지 않는 가짜 실업자나 가난하지 않으면서도 정부의 빈곤 지원을 받는 사람들로 인해 세금이 낭비되는 것을 막는 것도 경제학의 큰 연구 주제다. 기업이나 정부 등 조직에서 일하면서 윗사람 모르게 게으름을 부리거나 더 나아가서 조직의 돈을 훔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런 사람들의 행동을 막는 것도 경제학이 고심하는 문제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어 주는 것을 기업이 주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열심히 일하던 비정규직도 정규직으로 바꾸면 쫓겨날 걱정이 없어져서 일을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정규직이 되고도 비정규직처럼 열심히 일을 한다는 보장이 있다면 정규직으로의 전환도 더 쉬워질 것이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경제학자들의 이런 고민이 조금씩 해결되고 있다. CCTV로 금전출납기에서 돈을 훔치는 사람이나 자리를 비우고 일을 하지 않는 직원도 적발할 수 있게 됐다. 미래에는 인간의 두뇌에 전자 칩을 꽂아 놓고 매일 퇴근할 때 스캔하면 그 직원이 그날 얼마나 일을 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장비가 나올지도 모른다. 두뇌 스캔으로 증명된 업무량만큼 급여를 주면 기업도 마음 놓고 정규직을 채용하게 될 것이다. 학교에서는 시험을 보는 대신 두뇌의 칩을 스캔해 학점을 줄 수도 있다. 그런 날이 오면 지금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는 경제학의 상당 부분이 필요 없어지고 오직 경제사의 한 항목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한순구 <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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