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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인 서울대 총장이 새롭게 조성할 시흥캠퍼스에 특정 학년이나 학과 이전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시흥캠퍼스 실시협약을 앞두고 학생들과의 소통이 부족했던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성낙인 총장은 6일 오후 5시께 서울대 모든 학생들에게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이메일 서신을 보냈다. 지난 달 22일 서울대와 경기도 시흥시 간 ‘시흥캠퍼스 조성을 위한 실시협약’이 체결된 이후 총학생회가 ‘소통부족’을 이유로 실시협약 철회를 요구하는 등 반대 여론이 일자 성 총장이 직접 학생들과의 소통에 나선 것이다.

성 총장은 먼저 실시협약 과정에서 소통이 부족했던 것에 대해 학생들에게 사과했다. 그는 “학생들이 의견을 낼 수 있는 주요 기구였던 시흥캠퍼스 대화협의체가 1년 가까이 열리지 않았고 실시협약 체결 전에도 한번 더 의논하지 못했다”며 “학생들과의 소통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음을 인정한다”고 했다.

그는 특정학년이나 학과를 시흥캠퍼스로 이전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성 총장은 “학생이 원하지 않는 의무형 기숙형대학, 특정 학년, 학과 또는 단과대학의 이전은 없다는 것은 확실히 지켜질 것”이라며 “시흥캠퍼스를 준비해 나가는 과정에서 학생 여러분의 의견을 더욱 잘 듣고 추진 관련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서울대 시흥캠퍼스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기숙형 대학에 대해 서울대 총장이 관련 계획이 없음을 2년만에 공식적으로 재확인한 것이다. 지난 2014년 4월 오연천 전 서울대 총장이 “학년이나 학과가 옮겨갈 계획이 없다”고 학생들에게 약속한 바 있지만 실시협약 직전까지도 서울대는 기숙형 대학을 핵심사업의 하나로 추진해왔다. 국제캠퍼스로 추진되는 시흥캠퍼스의 활성화를 위해선 교육과 주거가 함께 이뤄지는 기숙형 대학 설치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이번 성 총장의 약속으로 기숙형 대학 계획은 사실상 폐지됐지만 시흥캠퍼스엔 들어설 예정이던 2000명 규모 기숙사 건설 계획은 유지될 전망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관악캠퍼스에 기숙사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며 “기숙사는 짓되 학생들의 신청을 받아 입주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5일 오후 성낙인 총장은 총학생회장단 등 학생들을 만나 1시간 가량 대화하면서 사과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실시협약 철회를 요구하고 있어 천막농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흥캠퍼스 전면철회를 위한 학생대책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총장의 사과와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를 요구하며 24시간 동안 본부 로비 내 연좌농성을 벌였다. 이달 1일부터는 행정관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