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일본서 1억엔 아파트가 뜬다
일본에서 분양가격이 1억엔(약 10억6000만원)을 넘는 고급 아파트가 자산가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경제신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본 수도권에서 공급된 분양가 1억엔 이상 아파트는 모두 700여가구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0% 늘어난 수치다. 작년에도 일본 전체에서 1688가구의 1억엔 이상 고가 아파트가 분양됐다. 고가 아파트 공급지역은 도쿄에 그치지 않는다. 교토 오사카 후쿠오카 등에서도 등장하고 있다.

아베노믹스에 편승에 자산을 축적한 부자들이 고가 아파트를 많이 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들이 고가 아파트를 찾는 것은 상속에 유리해서다. 일본에서도 상속·증여세를 부과할 때 실거래 가격이 아니라 별도로 산정한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긴다. 1억엔짜리 부동산도 실제 상속·증여세를 낼 때는 7000만~8000만엔의 가치로 평가받는다. 현금을 상속하는 것보다 세금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일본 부동산경제연구소의 마쓰다 다다시 연구원은 “일단 살다가 가격이 더 오르면 매도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반 실수요, 반 투자 목적의 부유층도 많다”고 말했다.

부동산 버블 붕괴 이후에도 임대료는 별로 하락하지 않았다는 점도 자산가들이 고가 아파트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다. 희소가치와 임대가치를 가진 부동산 임대료는 오히려 올랐다. 일본의 실질적인 예금 금리는 0%대에 머물고 있지만, 부동산 임대수익률은 5%까지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일부이긴 하지만 중국 대만 등에서 온 해외 부유층도 고가 아파트를 사들이고 있다.

박희윤 모리빌딩 한국지사장은 “일본에서 모든 부동산 가격이 아직까지 내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며 “도쿄 등 도심 역세권에 있는 주택은 몇 년째 반등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특히 고급 아파트는 지진 등 자연재해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한 데다 다양한 생활편의시설을 단지 안에 갖추고 있어 최근 들어 인기 주거상품으로 부상했다”고 덧붙였다.

일본경제신문에 따르면 일반 아파트 분양 가격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작년 도쿄 시내에서 분양된 신축 아파트(전용면적 70㎡ 기준) 평균 분양 가격은 7086만엔이다. 신축 아파트 분양 가격은 4년 연속 상승했다. 도쿄 거주자들이 연봉 모두를 저축해 이 집을 사려면 평균 11.3년이 걸린다. 도쿄 도민의 평균 연봉은 작년 기준으로 627만엔이다. 다만 올 들어선 아파트 분양가 상승세와 계약률이 주춤해졌다고 일본경제신문은 전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