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노동절에 비상근무한 미국주재원들
미국 전역의 노동자들이 여름 막바지 사흘 연휴를 즐긴 5일 노동절. 증시가 휴장하고 은행들도 문을 닫은 이날 한국 기업 주재원 상당수는 정상 출근했다.

삼성전자 미주법인 임직원들은 아예 비상근무 체제에 들어가면서 사흘 연휴를 모두 반납했다. 갤럭시노트7의 리콜 문제와 함께 한진해운 법정관리 여파로 미국으로 들어오는 가전과 TV 등 수출에 비상이 걸린 탓이다.

미국 최대 물류항 중 한 곳인 LA 롱비치항이 한진해운 컨테이너선 입항을 거부하면서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들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회사 관계자는 “일단 터미널에 내려진 화물은 화주가 비용을 부담해 물건을 빼낼 수 있지만 배에 실려 있는 물량은 1000곳이 넘는 화주들이 모두 동의해야 하역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뉴욕뉴저지 항만청에서 가장 큰 화물터미널도 트럭업체들에 한진해운의 수출입 물량을 받지 말라고 통보하면서 컨테이너 반출입이 중단됐다.

현대상선 미주법인도 국내외 화주들의 선박 배정 요청이 쇄도하면서 비상근무 체제다. 회사 관계자는 “9월은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있어 정상적으로 업무가 처리되더라도 정신이 없을 때”라며 “자력으로 선박을 구할 수 없는 중소업체들은 아수라장”이라고 말했다. 한 식품수입업체 관계자는 “이미 바이어에게 넘어가 매장에 전시돼야 할 화물이 공해상에 떠 있다고 생각하면 속이 타들어간다”고 하소연했다.

이 와중에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들은 한진해운 관련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한국 정부와 채권단의 결정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한진해운 파산으로 다른 나라 선사들이 얻게 되는 반사이익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주미 한국상공회의소(코참) 관계자는 “한진해운과 정부가 핑퐁게임을 하는 동안 죽어나는 것은 수출업체들”이라며 “전혀 준비 없이 재앙을 당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이 뒤늦게 미국 법원에 제기한 파산보호 신청에 대한 결론은 6일 공청회를 거쳐 다음주 중반에야 내려질 전망이다. 앞으로 최소 1주일은 더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다.

이심기 뉴욕 특파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