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이프만 소장은 > △1959년 벨기에 브루셀 출생 △1989년 이스라엘 테크니온 공대 원자물리학 박사 △1989~1991년 미국 아르곤 국립연구소 근무 △2005년 독일 막스플랑크재단 산하 핵물리연구소장(2001년부터 사외이사 역임) △2006년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장 취임
< 자이프만 소장은 > △1959년 벨기에 브루셀 출생 △1989년 이스라엘 테크니온 공대 원자물리학 박사 △1989~1991년 미국 아르곤 국립연구소 근무 △2005년 독일 막스플랑크재단 산하 핵물리연구소장(2001년부터 사외이사 역임) △2006년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장 취임
다니엘 자이프만 연구소장(사진)은 세계 5대 기초과학연구소로 꼽히는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를 10년째 이끌고 있다. 1년이 멀다 하고 국가출연연구소 수장을 바꾸는 한국 현실에선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정해진 임기가 없다 보니 연구 지원활동도 최소 20년을 내다보고 하는 등 장기적인 안목에서 이뤄진다. ‘이스라엘의 마리 퀴리’로 불리는 노벨화학상 수상자 아다 요나트 교수도 와이즈만연구소에서 20여년 동안 한 가지 주제만 연구했다.

자이프만 소장은 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수십 번의 실패를 반복하는 것이야말로 미래 신기술을 창출하는 데 든든한 밑거름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는 11월1~3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파르나스호텔에서 열리는 ‘글로벌 인재포럼 2016’에서 ‘어떻게 더 나은 미래를 만들 것인가’를 주제로 이스라엘의 과학 인재 양성에 대해 강연한다.

▷와이즈만연구소는 과학자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과학자에겐 생각과 연구의 자유가 중요합니다. 때로 과학자 집단 간 의견 차이가 나타날 수도 있죠. 이때 잘못을 고치기 위해 외부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연구가 한 단계 더 진전될 수 있어요. 연구소는 갈등에 개입하기보다는 과학자들이 스스로 연구하고 깨닫도록 유도하는 일에 만족해야 합니다.”

▷창의성을 강조한다는 말로 들리는데요.

“그렇습니다. 고정된 목표에 집착하기보다는 유연한 목표를 세우고 충돌도 수용할 줄 아는 게 필요하다는 얘기죠. 창의적인 사람들은 자신에게 집중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에 비해 개인적인 성향이 강해요. 이런 과학자들을 통제하거나 규격화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창의성은 외부 통제가 적용되지 않는, 그 덕분에 개인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공간에서 탄생하기 때문이죠.”

▷실패에 대한 특유의 철학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무리 창의적인 사람이라도 단번에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없어요. 과학 연구에서 ‘실패’가 매우 가치 있는 덕목인 이유죠. 상식이자 필수요소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과학자들이 오랜 기간에 걸쳐 매일 실패를 경험하게 될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실패에 낙담하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게 중요해요. 반복적인 실패는 최종 결과를 얻기 위한 학습과정인 셈이죠.”

▷그렇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겠군요.

“어려운 문제를 푸는 데 핵심은 인내심이에요. 와이즈만연구소는 20~30년 뒤를 내다보고 연구자를 지원합니다. 대학원 과정 박사들은 다음 세대의 경제 발전을 이끌 신기술을 창출하는 걸 의무로 삼고 있죠.”

▷이스라엘은 인구가 적은 나라입니다. 한계도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국제협력이 필요한 겁니다. 나만 해도 벨기에에서 태어나 미국 독일 이스라엘 등 다양한 나라에서 공부하고 일하고 있어요. 과학만의 독특한 특징 중 하나는 지역과 무관하게 최종 결론은 똑같이 도출된다는 점입니다. 다만 결과에 이르는 과정은 과학자의 문화적인 배경에 따라 달라지죠. 각자만의 접근법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국제협력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서로 다른 차이를 발견하게 된다는 게 중요하죠. 왜 그런 차이가 나왔는지, 그런데도 어떻게 같은 결과에 다다를 수 있는지를 관찰하는 것 자체가 흥미로운 과정이에요. 과학과는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문화적 차이가 때론 문제 해결을 위한 놀라운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특유의 도전정신인 ‘후츠파(chutzpah)’로 유명합니다.

“‘담대함’이나 ‘저돌적’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후츠파’는 이스라엘의 대표적인 교육 토대이자 창업정신의 뿌리입니다. 이 정신은 이스라엘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죠. 자신의 주장을 언제 어느 상황에서든 원하는 대로 말하는 모습이 다른 문화권에서는 무례하다고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후츠파’는 사람들이 상식에 도전하고 깨뜨릴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시입니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것에 대한 도전은 과학 연구에서 매우 중요해요. 이스라엘 사람들은 누구나 권위에 도전할 수 있고 불가능한 일은 없다고 믿고 있죠.”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