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프로그래머 경력 살려…중국진출 기업 특허권 보호 나서죠"
“우리 기업들이 하루가 다르게 커지는 중국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삼성에서 일하던 ‘고급’ 프로그래머가 삼성을 주고객으로 하는 특허법인의 변호사가 됐다. 컴퓨터 프로그래머 출신 1호 변호사인 김영선 변호사(38·변호사시험 2회·사진)의 이야기다. 국내 최대 특허법인인 리앤목에서 일하는 김 변호사는 “2005년 17만건 수준이던 중국 내 특허 출원 건수가 10년 만에 100만건을 넘어섰다”며 “이는 전 세계 특허시장의 35% 이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전에 발명한 기술의 가치를 지킬 수 있도록 ‘특허 차이나로드’를 뚫고 있다”고 강조했다.

영어·중국어·일본어에도 능통한 김 변호사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로서의 전문성과 다년간의 해외 근무를 통해 쌓은 글로벌 감각을 십분 활용해 특허 변호사로 활약 중이다. 서울시립대 전산통계학과(현 컴퓨터과학부)를 2001년에 졸업한 김 변호사는 졸업 직후 삼성SDS에 입사했다.

회사에선 재무·영업·구매 등 기업의 업무 전반에 쓰이는 프로그램을 주로 개발했다. 일명 ‘시스템 컨설턴트’다. 삼성의 전 세계 해외 법인을 다니며 프로그램을 교육하고 현지 상황에 맞게 최적화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8년간 프로그래머를 하며 ‘고급 컨설턴트’까지 오를 수 있었다.

성공가도를 달리는 전문직이었지만 김 변호사는 좀 더 보람찬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에 대한 열정도 컸다. 해외 법인들의 지식재산권 분쟁을 접하면서 새로운 꿈을 품게 됐다. ‘기술에 대한 이해와 언어능력, 여기에 법적 지식을 더하면 특허 변호사로서 성공할 수 있겠다.’

마침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1기 입학생을 모집하고 있었다. 김 변호사는 로스쿨 입학을 결심하고 주경야독했다. 주변 지인들은 “프리랜서로 일하면 억대 연봉을 받는데 갑자기 무슨 변호사냐”는 핀잔을 쏟아냈다. 김 변호사는 주변 우려에도 불구하고 2009년 서울시립대 로스쿨에 1기로 입학했다.

막상 로스쿨에 입학하니 앞이 깜깜했다. 법 지식도 없었다. 김 변호사는 “몇 달 동안 아파도 병원에 갈 시간조차 없을 만큼 공부에 매달렸다”며 “기술과 언어를 알고 있더라도 이를 법으로 풀어내는 건 또 다른 차원이었다”고 회고했다. 고생 끝에 김 변호사는 서울시립대에서 장학금을 받기도 했다.

졸업을 앞두곤 걱정이 컸다. ‘변호사 2만명 시대’라는 장벽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특별한 경력은 법조 시장에서 큰 경쟁력이 됐다. 김 변호사는 “그동안 법조산업에 필요한 인력이 공급되지 않았던 것”이라며 “경력 위에 법적 지식을 얹으니 리앤목 특허법인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가 4년째 일하는 리앤목 특허법인은 삼성을 비롯한 기업들이 발명한 기술이 중국 시장에서 보호 받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특허사관학교’라고 불릴 정도다. 김 변호사는 “중국은 2014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포함하는 특허법(전리법) 개정안을 발표하는 등 급변하는 시기다”며 “중국 지방 행정부에 소속된 지방법원 판사들이 중국 기업에 유리한 판결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중국에 진출하는 기업은 기술은 물론 중국 지식재산권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