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비리 판·검사, 변호사 개업 제동 걸어야
양승태 대법원장이 국민에게 고개를 숙였다.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게 1억7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김수천 인천지방법원 부장판사 때문이다. 양 대법원장은 김 부장판사에 대해 “법관이 지녀야 할 가장 근본적인 직업윤리를 저버렸다”고 했다. “청렴성은 법관의 존재 자체와 직결된다”고도 했다.

판사 비리로 인한 대법원장의 대국민 사과는 2006년 당시 조관행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의 뇌물수수 사건 이후 10년 만이다.

김 판사가 아니라 조 전 판사로 눈길을 돌려보자. 법조브로커로부터 억대 금품을 받아 구속됐던 그는 어떻게 됐을까. 믿기 어렵게도 현재 국내 한 대형로펌 소속의 ‘잘나가는’ 변호사다. 조 전 판사는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뒤 항소와 상고를 거듭해 대법원에서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받았다. 2010년 광복절 때는 특별복권까지 됐다.

조 전 판사뿐만 아니다. 2003년 특허권 소송 관련 청탁 명목으로 2500만원을 받아 구속기소된 하광룡 전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도 변호사로 개업했고 지금은 한 로펌의 대표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그는 1심에서 징역 1년에 추징금 2500만원을 선고받았고 항소심에서 징역 8개월로 감형됐다.

손주환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는 자신이 맡은 사건 피고인의 석방을 앞당겨주는 대가로 800만원의 술값을 대신 갚게 해(뇌물수수) 대법원에서 징역 10개월의 실형이 확정됐는데, 지금은 서울 서초동의 한 로펌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변호사법에 따르면 실형을 받은 법조인은 형기 만료 뒤 5년, 집행유예 만료 뒤 2년이 지나면 변호사 등록이 가능하다. 대법원장이 아무리 국민에게 사죄한들 당사자들은 몇 년만 지나면 거액의 연봉을 받는 전관 변호사가 돼 있는 게 현실이다. 양 대법원장 말대로 ‘가장 근본적인 직업윤리’와 ‘법관의 존재 의미’를 망각한 이들의 변호사 개업을 어떻게 봐야 할까. 스스로 저버린 직업윤리가 2년 뒤, 5년 뒤에 다시 생길지 의문이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