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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진해운 사태, 이런 무질서한 퇴각이 말이 되나

입력 2016-09-06 17:45:33 | 수정 2016-09-07 03:25:56 | 지면정보 2016-09-07 A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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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 채 1주일이 안 됐지만 후폭풍이 매머드급이다. 사태가 어디로 가는 것인지, 누가 책임 있게 이 퇴각을 이끌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다. ‘원칙을 지켜내고, 대마불사 불문율을 깬 아름다운 구조조정’을 말하던 정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무질서한 표류 속에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양상이다. 한진해운 선박 141척 중 80척가량이 자산 압류, 출항 억류, 입항 거부 등으로 운항 차질을 빚고 있다. 2~3일 후면 한진해운의 모든 선박이 운항 중단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발이 묶인 채 전 세계 외항에서 무작정 대기하는 한진해운 선박에 물, 식료품 등이 보급되지 않아 선원들의 안전마저 위협받고 있다. 운송을 맡긴 국내외 화주들의 불만이 급증하고 있어 조만간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관측된다. 때마침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특수’를 앞두고 기업들은 대체운송수단 확보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법원조차 지금 같은 물류대란이 이어지면 수조원의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이 같은 피해가 예상됐는데도 무방비로 손 놓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는 증폭된다. 금융위원장은 엊그제 기자간담회에서 준비된 대응책을 내놓기는커녕 ‘물류대란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이다. ‘뭔가 잠시 꼬였을 뿐, 정부가 그렇게나 주먹구구일 리 없다’는 마지막 믿음은 사라지고 말았다. ‘한진해운이 운항정보를 안 줘 대비가 어려웠다’거나 ‘컨테이너사의 법정관리는 처음이라서…’라는 등 셀 수 없이 이어지는 정부 인사들의 면피성 발언은 민망하기 그지없다. ‘법정관리 시 120만개의 컨테이너 운송이 멈추고, 140억달러의 소송이 발생할 것’이라던 한국선주협회의 경고는 진작에 나와 있었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어떤 판단과정을 거쳐 법정관리를 결행했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후속 조치도 없이 원칙만 강조한 꼴이니 무엇을 믿고 큰소리를 친 것인가.

점입가경인 것은 돈이 없어 망한 회사에 돈을 더 내놓으라고 압박하는 정부와 채권단의 모순된 행보다. ‘시장경제 원칙’과 ‘대주주 책임론’을 앞세워 법정관리를 결정해 놓고 다시 대주주 책임을 끌어들이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압박에 밀린 조양호 회장이 사재 400억원을 출연하는 등 한진그룹이 1000억원을 내놓기로 했다지만 의문은 꼬리를 문다. 이렇게 투입되는 돈은 법원이 우선변제권을 보장한 것인지, 추후 손해배상청구액이 확정된 뒤 다른 채권자와의 이해상충은 어떻게 풀 것인지도 모호하다. 금융위가 법원과 아무런 조율 없이 한진해운의 우량자산을 현대상선에 넘기겠다고 발표해 월권 논란을 부른 게 며칠 전이다. 급할수록 순서와 원칙이 중요하다. 눈앞에 위기를 피하기 위한 임기응변식 대응은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세계적인 해운사답지 않은 한진해운의 무책임도 실망스럽다. 한진해운은 법정관리 개시와 동시에 외국 법원에 ‘자산압류금지’를 신청해야 하는데도 나 몰라라 하는 자세로 사태를 키웠다. 신청만 하면 거의 대부분 ‘포괄적 금지명령’이 내려지는 국제 관행을 감안하면 변명을 찾기 힘들다.

외국 경쟁사들만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대만 양밍해운이 이미 부산항 입항을 증선했고, 중국 선사들도 환적물량을 따내기 위해 태스크포스를 만들었다는 소식이다. 꼬일 대로 꼬였지만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 법원의 발 빠른 대응으로 기업회생절차 신청 하루 만에 개시 결정이 내려졌다. 시간을 벌게 됐다. 전진보다 퇴각 과정에서 큰 피해가 발생한다. 질서 있는 퇴각전략을 수립하는 일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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