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라오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계속되는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공조 강화에 합의했다. 비엔티안=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6일 라오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계속되는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공조 강화에 합의했다. 비엔티안=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한·미 정상은 6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회담에서 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필요성에 한목소리를 냈다.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자리에서 사드 배치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바마 대통령과의 사실상 마지막 정상회담은 이날 비엔티안 랜드마크호텔에서 오후 4시10분부터 5시까지 50분간 이뤄졌다. 당초 예정된 30분을 20분 넘겼다. 김규현 외교안보수석은 “동시통역으로 회담이 이뤄졌다”며 “순차통역으로 치면 1시간40분가량 대화한 셈”이라고 말했다. 김 수석은 “아주 좋은 분위기에서 대화가 오갔다”고 했다.

◆사드 배치 필요성 확인

두 정상은 한반도 사드 배치는 북핵과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 수단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중국 측이 반발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 발표문을 통해 “사드는 순수한 방어 체계로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며 “한국 방어에 대한 우리의 의지는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근 우리는 동맹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고, 거기에는 사드도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사드 배치가 한·미 동맹 강화의 핵심 축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두 정상은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반발과 우려를 감안해 한·미 양국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중국 측과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 양국은 사드 배치를 투명하게 할 것이라는 점을 중국 측에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전달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상황 변화에 따라 한·중 채널, 미·중 채널 외에 한·미·중 3자 채널이 가동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회담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내용을 서로 공유했다고 청와대 측이 전했다.

◆“확장억제로 대북 억지력 유지”

두 정상은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북핵에 대한 강력한 대응 의지를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확장억제를 포함해 한국에 대한 방위 공약을 재확인한다. 이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도 “우리 두 정상은 사드 배치를 포함한 확장억제를 통해 강력한 억지력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확장억제는 미국의 동맹국이 핵 공격을 받을 경우 미국이 핵우산, 재래식무기, 미사일방어(MD) 체계를 동원해 미 본토와 같은 수준으로 방어하는 것을 뜻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박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확장억제를 언급한 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핵 선제공격까지 공언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방위를 위해 미국이 핵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정상 차원에서 재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한·미 양국은 북한의 어떤 도발에도 모든 수단을 다해 강력히 대응해나갈 것을 분명히 밝혀둔다”며 “북한은 어제 또 노동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이 같은 무모한 도발을 지속하는 것은 자멸을 초래하는 길임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은 한국에 위협이 될 뿐만 아니라 일본, 이 지역 다른 동맹국 그리고 미국에도 위협이 되는 것”이라며 “한국과 노력해 유엔 제재 조치의 빈틈을 메우고 더욱 효과적인 제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비엔티안=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