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용역과 대치 중인 갑을오토텍 노조. 한경DB
경비용역과 대치 중인 갑을오토텍 노조. 한경DB
자동차용 에어컨·히터를 생산하는 갑을오토텍의 노동조합(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이 공장을 점거해 벌이는 파업이 60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인도 타타 등 국내외 주요 고객사들이 부품 공급 차질 해결과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일본 상용차회사는 KOTRA에 “한국 정부가 조속히 개입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6일 갑을오토텍에 따르면 인도의 상용차업체 타타는 갑을오토텍에 “이른 시일 안에 파업 문제를 해결하고 선적 계획서를 보내 달라”는 공문을 지난달 30일 보내왔다. 타타는 “600여대의 버스에 에어컨을 못 달아서 출고하지 못하고 있다”며 “9월 학교 개학에 맞춰 버스를 공급하지 못해 신뢰가 크게 떨어졌다”고 호소했다.

노조 공장점거 61일…갑을오토텍, 국제소송 위기
아랍에미리트(UAE)의 버스업체 스와이단은 “갑을오토텍 노조가 개학을 앞둔 부적절한 시기에 파업해 학교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정부의 한국 기업에 대한 신뢰도 떨어졌다”고 알려왔다. 스와이단은 “대당 1500달러씩 추가 비용을 들여 200여대의 설비를 다른 회사에서 구입한 건 등 발생한 손해를 전부 보상하라”고 요구했다.

독일 다임러그룹 계열사이자 일본 가와사키에 공장이 있는 미쓰비시후소트럭버스(MFTBC)는 KOTRA에 보낸 공문을 통해 “가능한 한 빨리 이번 파업을 해결할 수 있도록 정부가 즉각 개입해 달라”고 요청했다. MFTBC는 “갑을오토텍 노조의 파업에 따른 심각한 납기 지연으로 생산라인 일부가 멈췄고 일본 자동차산업의 공급 체인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항의했다.

국내에서도 생산 재개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농기계 제조업체 국제종합기계는 “8월까지는 재고가 있어 큰 문제가 없었지만 9월에도 부품 조달이 지연되면 생산에 치명적인 차질이 빚어진다”며 “현 사태로 발생하는 피해액을 청구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현대중공업 건설장비사업본부는 “갑을오토텍 파업으로 매출이 감소했을 뿐 아니라 건설장비 구매 고객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2차 피해까지 예상돼 18년간 쌓아온 거래 관계를 재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모든 피해에 대한 보상을 청구할 것”이라는 공문을 보냈다.

갑을오토텍 노조는 “회사가 협력사 등에서 대체 생산을 하고 있기 때문에 공장 점거로 생산을 못 하더라도 실질적인 피해는 크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외부에서 부품 공급을 요청하는 공문만 봐도 노조의 공장 점거에 따른 피해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호소했다.

갑을오토텍 노조는 올해 임금·단체협상에서 기본급 인상으로 지난해분 15만9900원과 올해분 15만2050원을 한꺼번에 적용해 달라고 요구하며 지난달 8일 공장 점거 파업에 들어갔다. 갑을오토텍은 파업에 대응해 관리직원들을 생산라인에 투입하기 위해 지난달 26일 직장폐쇄를 했다. 그러나 노조가 공장 출입구를 봉쇄해 대체 생산도 막혀 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