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2016 문화소통의 밤’에 참석한 각국 문화예술계 대표와 초청인사들. 앞줄 왼쪽부터 벤슨 푸아(싱가포르), 하리 다르소노(인도네시아), 권선주 기업은행장, 강수진 국립발레단장, 로즈난 라만(말레이시아), 최정화 CICI 이사장,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 디디에 벨뚜아즈 씨즈 대표.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6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2016 문화소통의 밤’에 참석한 각국 문화예술계 대표와 초청인사들. 앞줄 왼쪽부터 벤슨 푸아(싱가포르), 하리 다르소노(인도네시아), 권선주 기업은행장, 강수진 국립발레단장, 로즈난 라만(말레이시아), 최정화 CICI 이사장,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 디디에 벨뚜아즈 씨즈 대표.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저는 발레를 하기 전 2년간 한국 전통무용을 배웠습니다. 1981년 모나코로 유학을 갔는데, 말문도 트이지 않은 제가 받아들여진 건 저만의 특기 덕분이었습니다. 제가 추는 발레 안에 전통무용을 기반으로 한 저만의 예술세계가 있었던 거죠.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자신만의 문화를 유지하고 보존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지난 7월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은퇴 공연을 마친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은 6일 이렇게 말했다.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이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문화소통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연결!’을 주제로 연 ‘문화소통포럼(CCF) 2016’ 토론회에서다. CICI가 지난 4일부터 연 CCF는 문화강국으로 꼽히는 세계 20개국의 문화계 리더를 초청해 한국 문화를 체험하게 하고 각국 문화를 알리는 쌍방향 문화소통의 장이다.

참석자들은 이날 토론회에서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한국 문화의 저력으로 꼽았다. 스페인 작가 하비에르 모로는 “일상에 ‘빨리빨리’가 스며들어 있는 한국은 스페인보다 훨씬 역동적인 나라”라며 “고도의 기술을 자랑하면서도 끈끈한 가족 간 유대감, 전통 음식이 한국 문화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탈리아 유기농 화장품 브랜드 ‘오엠’ 설립자인 루이지 스코냐밀리오는 “한옥 건축에서 넓은 창을 통해 자연의 경치를 빌리는 것을 뜻하는 ‘차경(借景)’이 가장 인상적이었다”며 “유기농 농부인 나에게 이런 건축 문화는 많은 교훈을 준다”고 설명했다.

정보기술(IT) 발전만이 문화 강국으로 가는 해답은 아니라는 조언도 이어졌다. 인도의 음식 칼럼니스트 비르 상비는 “기술 발전의 1인자는 늘 변화할 수밖에 없기에 기술과 문화의 융합을 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토론회에 이어 이날 저녁 열린 ‘CCF 문화소통의 밤’ 행사에는 세계적인 바리스타 폴 바셋을 비롯한 18개국 문화예술계 대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비롯한 49개국 대사,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 권선주 기업은행장, 김상헌 네이버 대표,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강수진 단장, 마틴 트리코드 HSBC코리아 행장,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배우 박중훈 씨 등이 참석했다.

김동호 이사장은 “사람과 사람, 나라와 나라를 연결하는 문화 소통이 꼭 필요한 시대”라며 “이를 통해 심리적 장벽이 허물어지고, 서로 화합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리퍼트 대사는 한국어와 영어를 섞은 축사를 통해 “문화는 매우 중요하고, 서로의 이해와 인식을 높이는 다리가 될 수 있다”며 “나도 한국의 전통과 문화예술을 경험하며 한국에 대한 깊은 애정과 존경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선 한국을 경험한 적이 있는 외국인 223명을 대상으로 ‘한국 이미지’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도 발표됐다. 외국인들은 새롭게 떠오르는 한국 문화 트렌드 중 가장 경험해 보고 싶은 것으로 전통시장 체험(78.3%), 낮잠 카페·애견 카페 등 이색 테마카페 체험(24.22%), 한복 차림의 고궁 체험(20.18%)을 꼽았다.

고재연/선한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