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항저우 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사드에 대한 우리 입장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명확하게 밝혔다. 그간 양국 간에 다양한 채널로 이런저런 얘기가 오갔지만 정상이 직접 만나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은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핵 도발 때문에 사드를 배치키로 한 것이며, 북핵이 해결되면 굳이 사드를 둘 이유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 정부가 일관되게 설명해온 그대로다. 그럼에도 시 주석은 반대 의사를 밝히며 기존의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중국이 아직 우리의 진정성을 받아들이지 않는 듯한 모양새지만, 새로운 전기가 되길 기대한다. 양국이 경제발전과 지역평화를 위한 공동노력의 필요성에 공감했다는 점도 일단은 고무적이다.

“사드는 오직 북핵과 미사일 대응 수단으로 배치되고 사용될 것이기 때문에 3국(중국)의 안보이익을 침해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는 박 대통령의 말에 중국은 주목해야 한다. 사드 문제의 핵심이 여기에 다 들어 있다. 북한은 네 차례의 핵실험과 더불어 운반체인 미사일 기술까지 착착 발전시켜왔다. 지난달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의 전격 성공에 이어 어제도 비행거리 1000㎞ 미사일 세 발을 또 쏘아댔다. 남은 것은 핵탄두의 소형화뿐이다.

실전 배치가 임박한 북핵을 저지할 다른 해법이 있다면 중국은 제시해야 한다. 그간 ‘한반도 비핵화’란 표현으로 북핵 저지에 대한 국제공조에서도 ‘구두선 외교’를 펴온 중국이었다. 지금은 유엔 결의 대북 제재에서조차 진의가 의심스런 지경이 되고 말았다. 이제야말로 공은 중국으로 넘어갔다. 위험천만한 핵도발로 치닫는 김정은 집단이냐, 번영과 평화의 길을 함께 갈 대한민국이냐를 선택해야 한다. 그것은 수구적·대립적 군사대국의 길로 돌아갈 것인지, 합리적·평화공존적 경제대국으로 발전할 것인지의 선택이다. ‘중국이냐, 미국이냐’며 한국을 겁박할 상황은 더욱 아닌 것이다. 사드 수용 문제야말로 중국이 추구해온 개혁·개방을 인증받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인류 보편의 가치를 중시하는지 여부가 사드 문제에 달려 있다는 점을 중국은 기억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