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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기업을 봉숭아학당 취급하는 상법개정안

입력 2016-09-05 17:47:27 | 수정 2016-09-05 21:22:47 | 지면정보 2016-09-06 A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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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란 이름의 상법개정안
해서는 안 되거나 과도한 규제뿐
기업을 돕기는커녕 파괴만 할 것"

최준선 <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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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뜻하는 영어 ‘company’는 ‘함께(cum) 빵(pan)을 먹는다(ia)’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빵을 함께 먹는 조직, 즉 군대를 의미했다. ‘corporation’의 ‘corpor’도 라틴어로 ‘단체(body)’ 또는 ‘단결’을 의미하고, ‘ation’은 명사를 만드는 어미(語尾)이니 ‘단결된 결합체’가 회사다. 즉 경영자와 사원이 단결해서 회사를 꾸려나가 빵을 얻고 그 빵을 나눠 먹는 것이 회사다. 회사는 빵을 가장 잘 획득할 수 있는 조직을 갖추고 열심히 일해 직원을 먹여 살리고 납세를 하는 것, 그것이 기본이고 사회적 책무이며 존재의 목적이다. 기업이 파산하면 국가에 큰 누를 끼친다.

회사에 관한 법률인 상법은 기업의 유지 강화와 거래 안전의 보호를 그 이념(목적)으로 한다. 기업의 유지 강화를 위해 상법은 기업 설립부터 해산, 청산에 이르는 각 단계에서 기업이 해체되는 것을 방지하고 자본조달 등의 편의를 도모해 튼튼하게 성장할 수 있는 조치를 강구해 두고 있다. 그런데 한국 정치인들은 선거철만 되면 상법을 도마에 올려놓고 칼질을 준비한다. 이번에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은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상법을 대폭 손질한 개정안을 내놓고 있다. 그 내용을 보면 상법의 이념과는 반대로 기업이 마치 ‘봉숭아학당’이라도 되는 것처럼 이것저것 구색이나 맞추려 한다. 상법 개정안의 내용은 대부분 해서는 안 되는 것이거나(감사위원 분리 선임), 과도한 규제이거나(전자투표제), 불필요한 것들(집중투표제, 다중대표소송제)이다.

한때 유행했지만 지금은 지구상에서 거의 사라져가고 있는 집중투표제도를 보자. 소액주주를 보호한다는 이 제도에 따르면 주주가 소유한 하나의 주식에 선임해야 할 이사 수만큼 곱한 수의 의결권을 준다. 이사 5명을 선임하면 1주에 5개의 의결권을 준다. 이 5개의 의결권을 단 한 명의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는 것이 집중투표제도다. 지배주주가 4명의 후보에게 의결권을 분산해 행사하는 동안 기관투자가나 헤지펀드들은 그 남은 1명에게 의결권을 집중해 행사함으로써 이사회에 자신들의 대표를 진출시킬 수 있다. 원래 이 제도의 목적인 소액주주 보호는 실제로는 가능하지 않다. 소액주주는 본래 이런 일에 관심이 없고, 관심이 있어도 소액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결국은 대주주인 기관투자가나 펀드들이 원하는 인물이 이사로 선임되기 마련이다.

이렇게 선임된 이사들이 누구를 대표할지는 명확하다. 기업에 고액의 이익 배당과 부동산 등 자산 처분, 근로자의 해고를 통한 강력한 구조조정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기업의 장기적 성장보다는 당장 펀드투자자에게 배분할 수익률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것이 그들의 생리다. 군대조직처럼 일사불란하게 매일 전투처럼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경영자와 근로자들이 그들의 눈에 들어오겠는가. 그들은 이단자일 뿐이다.

더군다나 감사위원을 분리 선임하면 감사위원 후보를 내고 그 후보에게 집중투표를 하면 거의 틀림없이 그들의 대표가 감사위원이 된다. 왜냐하면 모든 대주주와 그 특수관계인은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의결권이 발행주식 총수의 3% 이내로 제한되기 때문이다(합산 3% 룰). 위험한 것은 이렇게 선임된 감사위원은 동시에 이사이므로 회사의 모든 기밀에 접근할 수 있다. 회사의 모든 내용을 이질적인 존재인 기관투자가 또는 펀드의 대표자인 인사에게 노출해도 좋다는 것인가. 본래 의도와는 달리 그들은 ‘기업 파괴자’의 역할을 할 것이다. 이런데도 기업을 위하고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국민은 더 이상 속아서는 안 된다.

최준선 <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jsskku@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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