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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과장&이대리] 연예인 남편 중 금융맨 많다지만…"저는 친구들에게 '앱팔이'로 통해요"

입력 2016-09-05 18:24:12 | 수정 2016-09-05 23:05:02 | 지면정보 2016-09-06 A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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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 나던 금융맨은 옛말
"통합멤버십 서비스 300명 유치하라"
영업점 지시에 단톡방서 매일 부탁
모임선 짝사랑女가 측은하게 쳐다봐

불투명한 미래에 한숨만 푹
핀테크·로보어드바이저 등장
구조조정 기사만 봐도 가슴이 철렁
'이 길이 맞나' 고민만 깊어져
전지현과 한채영, 현영, 강수정 등 인기 연예인의 공통점은? 남편이 금융맨이란 점이다. 깔끔한 이미지, 경제적 안정성 덕분에 신랑감으로 선호된다.

‘두둑한 지갑, 세련된 정장, 좋은 학벌’ 등 전형적인 금융맨 이미지를 떠올리며 취업했지만 기대와 다른 현실에 고민하는 김과장 이대리가 많다. 처음에는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갔다고 부러워하던 지인들도 최근 구조조정 기사가 잇따르자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낸다. 핀테크(금융+기술)가 뜨자 미래에 대한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 “팍팍한 현실에 한숨만 나온다”는 금융맨들의 사연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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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팔이’ ‘멤벌이’로 내몰리는 은행원들

“앱 내려받고 까먹지 말고 꼭 추천인에 내 직원번호 0203023을 넣어줘. 웬만하면 와이프도 하나 깔아주고.” 시중은행 고 부부장(차장)은 최근 가족 동창 친구 친척 등을 가리지 않고 매일 이렇게 부탁한다. 은행이 내놓은 통합멤버십서비스 고객을 1인당 300명 이상 유치하라는 지시가 떨어져서다. 통합 멤버십 서비스는 말 그대로 금융그룹 계열사의 서비스를 한꺼번에 모은 것으로 별도의 앱을 깔고 가입해야 한다. 하나금융그룹의 하나멤버스, 신한금융그룹의 신한판클럽, 우리은행의 위비멤버스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하반기 계좌이동제, 올 3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 때 지인들에게 수차례 부탁한 그는 이제 얼굴에 철판을 깔았다.

일부 직원들은 지인들 볼 면목이 없다며 점심시간, 퇴근 후 사람이 많이 모이는 지하철역, 카페, 식당 등에서 앱 다운로드를 요청하기도 한다. 은행원 사이에선 멤버십과 앵벌이를 합한 ‘멤벌이’, 동화 ‘성냥팔이 소녀’와 앱을 합한 ‘앱팔이’ 등의 자조적 신조어까지 나올 정도다.

또 다른 은행의 한 대리는 앱이 론칭되던 날 중·고교와 대학 동기 및 동네 친구들, 가족 친지 등 모든 모임의 단체톡을 열고 “앱을 다운로드해 달라”고 구걸에 나섰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다운로드가 안 된다’ ‘앱이 작동하지 않는다’ ‘30분째 같은 화면이 뜬다’ 등의 민원이 쏟아졌다. 하루종일 앱을 내려받는 방법, 가입하는 방법, 문제 해결 방안을 찾아 주다 업무를 보지 못했다. “나중에 들어 보니 그날 전 금융그룹 직원들이 동시에 앱 권유에 나서며 전산이 마비됐다고 하더라고요. 앞으로 이런 앱은 다신 안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은행뿐 아니다. 카드사 마케팅팀에 근무하는 이모 대리는 요즘 지인들 모임에 나갈 때 얼굴에 깔 ‘철판’부터 준비한다. 신규 카드 발급이 줄자 회사 전체에 신규 발급 유치 명령이 떨어져서다. 가장 창피했던 건 중학교 동기모임에서다. 예전 짝사랑하던 여자동기가 “너 좋은 회사 들어갔다더니 이게 무슨 고생이냐”며 측은하게 쳐다본 것. 이씨는 “가끔은 너무 창피해서 숨고 싶을 때도 있지만 권유 실적이 회사에 대한 충성도로 평가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너무나 다른 꿈과 현실

서울 명문대 경영학과를 나와 금융전문가를 꿈꾼 박모 계장은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모 특수은행에 입행했다. 멋진 금융맨을 꿈꿨지만, 현실은 판이했다. 연고도 없는 시골(아버지 본적지)로 발령 나 2~3년간 꼼짝없이 지점 근무를 했다. 주요 고객은 인터넷 뱅킹에 익숙지 않은 중년층과 노인들. 10원짜리, 100원짜리를 입금하거나 공과금을 내면서 현금을 모자라게 갖고 오는 일이 잦았다. “작은 소도시 지점에 혼자 발령 나 저녁에 할 일이 없어 매일 선배와 더치페이로 술을 마시다 살이 퉁퉁 불었어요.”

은행 서울 모 지점에 근무 중인 이모 행원은 지난해 입사 후 해가 떠있을 때 퇴근한 적이 드물다. 제일 골치 아플 때는 영업시간이 끝난 뒤 돈이 모자랄 때다. 한 번은 몇십만원이 부족했다. 은행에선 이를 ‘시재가 안 맞는다’고 한다. 돈이 이런 식으로 비면 전 직원이 남아야 한다. 전 직원이 두 시간 가까이 찾아봤지만 찾지 못했다. CCTV를 다 돌려보니 한 고객에게 돈을 돌려줄 때 지폐 계수기를 서너 번 돌리는 등 미심쩍은 장면이 발견됐다. “기억이 안 났지만 그 고객에게 전화해 보니 다행히 돈을 더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다음날 그 고객을 찾아가 돈을 받아와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불안한 미래…이직해야 하나

핀테크가 떠오르면서 시중은행들도 핀테크 관련 부서를 설치했다. 이 부서에서 근무하는 최모 과장. 그는 “남들은 잘나가는 부서에 있다고 부러워하지만 실상은 속 모르는 소리”라고 하소연했다. 은행장이 겉으론 말끝마다 핀테크를 강조하지만 아직 은행의 조직문화 자체가 보수적이다 보니 좋은 아이디어가 나와도 이를 현실화하기에는 한계가 많아서다.

최 과장은 “핀테크가 당장 돈을 버는 업무가 아니라 길게 보고 투자하는 부서다 보니 ‘돈 먹는 하마, 뜬구름 잡는 부서’라는 안 좋은 시선도 많다”고 귀띔했다.

증권사에 다니는 신모 과장은 최근 다른 업권으로 이직을 고민 중이다. 핵심은 금융업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것. 그는 “동료들이 모이면 로보어드바이저도 나오고 인터넷전문은행도 나오는 판국에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어떤 고객이 직접 영업점을 찾겠느냐는 말을 한다. 결국 회사는 구조조정을 통해 인력을 줄이고 전부 비대면 채널로 갈 것이란 예측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신 과장은 얼마 전 같이 일하던 동료가 출범 예정인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옮긴 것을 본 뒤 지금 직장을 평생 직장으로 생각해도 되는지 더 깊게 고민하게 됐다. “영업 부담이나 실적 압박, 동료들과의 경쟁 이런 것보다 젊은 금융맨들에겐 미래에 대한 본질적 의구심이 더 큰 고민입니다.”

모 국책은행의 정 대리는 최근 집안 행사로 고향에 내려갔다가 친척 어르신들이 “괜찮니, 별일 없니”라고 안쓰럽게 물어봐 “괜찮다”고 대답하기 바빴다. 올 들어 본격화된 기업 구조조정으로 신문 방송에서 ‘기업 구조조정에 충당금 폭탄, ××은행 흔들’ 같은 기사를 연일 쏟아내다 보니 내막을 정확히 모르는 어르신들이 걱정하는 것이다. “5년 전 입행했을 땐 돈 많이 주고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갔다고 부러워하는 시선이 많았는데 최근엔 완전히 달라져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김은정/윤희은/유하늘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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